고좌우이언타(顧左右而言他)

「士師(사사·법무부 장관)가 그 부하를 제대로 거느리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장 그만두게 하지요. 그렇다면 四境(사경·제후국가)만이 제대로 다스려 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것을 말했다.」

맹자의 양혜왕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맹자가 제선왕(濟宣王)을 만나 물었다. “친구에게 처자를 부탁하고 외국에 갔다 와보니, 친구가 처자를 굶기고 추위에 떨게 했다면 왕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친구라면 절교를 해야지” 위의 말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배신한 친구는 절교를 해야하고, 부하 통솔을 잘못한 장관은 그만두어야하고, 나라를 잘못 다스리는 임금은 사직해야 한다. 그런데 사직해야 할 당사자가 자신이기에 다른 말을 한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은 제선왕과 같은 입장에 처하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로 그 상황을 얼버무리려 한다. 과거급제가 출세의 전부였던 조선시대에 사서삼경을 10년 20년 공부하다보니 외우는 것이 예사였다. 그래서 구두시험으로 당락을 가리기도 했는데, 어느날 과거에 등장한 문제가 바로 「고좌우이언타」였다.어느 젊은 선비가 시험관의 질문을 받고, “서생이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오는데 낙동강까지 오리가 .... 어쩌고” 하자 시험관이 화를 내며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무슨 엉뚱한 이야기냐 고 묻자, 그 선비가 「고좌우이언타」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대답했다. 시험관은 그 재치에 감탄하여 그 선비를 장원으로 뽑았다고 한다. 지금 처럼 어지러운 세상에 마음에 새겨 볼만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