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까지 육박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까지 후퇴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레임덕현상이라고 진단하는 이도 있지만, 어느 전(前)대통령들보다도 레임덕이 빨리 찾아 온 것이나 급격한 지지율 저하는 결코 자연스런 현상으로 설명될 수 없다.

그럼, 무엇이 이렇게 급격한 지지율 저하, 아니 위기를 낳게 한 것일까? 나는 한마디로 ‘소통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솔직히 이 정권은 처음 출범부터 상당한 소통의 문제를 노출하였다. 미국산 쇠고기수입문제가 바로 단적인 예이다. 도대체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단순히 변명으로만 일관했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

물론, 이 정부도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친서민 정책이니 공정사회 등을 외친다. 실제로 그 덕분에 40%까지 지지율이 올라갔다. 그러나 그 소통은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었다.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니 외치기는 했지만, 진정 국민과 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만을 내세웠으니 국민들은 ‘정말 소통이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는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키워드이다. 소통이 얼마나 자유롭게 활발하게 깊이 있게 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발전정도가 좌우된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는 정치에서만이 아니라 사회, 문화, 학문 모든 다양한 영역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 적이 없으며 충분한 경험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예에서 보듯이 본인들은 소통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이명박 정권만의 문제일까? 익산이라고 하여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니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나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예스’라고 답하기가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얼마 전에 이한수시장과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자들과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다. 4월에 있었던 ‘익산시장과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의 정책협의 간담회’에서 다 논의하지 못하고 뒤로 미뤄두었던 사안이 있어 이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청렴익산을 위한 민관위원회 설치에 관한 건과 민관환경정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문제였다. 지난 간담회에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미뤄 둔 사안이라 잘 해결될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보다 논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모든 사안이 잘 해결되고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간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고 조금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식사 후에도 남아서 실무부서 담당자 분과 나누었던 솔직한 이야기는 시민단체와 시공무원이 만나 나누는 이야기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소통을 하자면서 솔직히 얼마나 만났으며 그 만남에서 얼마나 솔직했는가 의문이 든 것이다. 말만 소통, 소통했지 만남도 적었고 만나도 자신 생각만을 주장하기 바빴지 솔직한 이야기가 얼마나 오갔는가 반성이 된 것이다. 상당한 입장차이가 있는 사람들도 만나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합의까지는 힘들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더불어 오해도 풀린다.(소통이 안 되다 보면 단순히 이야기만 오가지 못하는 것을 넘어 소문과 오해까지 덮어져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희망연대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다. 희망연대는 사회창안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접수받아 이를 정책화하는 사업을 하는데 이 정책화를 위해 시민단체, 시공무원,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학 우수아이디어 실현회의’를 갖는다. 그러나 솔직히 시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쉽지 않은 회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2차를 거치면서 회의의 성과가 늘어나고 있으며 갈수록 솔직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익산도 올해 내건 시정방향 중 하나가 시민과의 소통 활성화라고 알고 있다. 당연한 시대적 요구이며 방향이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니라 실제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위로써가 아니라 정말 시민들이 무얼 바라고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작은 시민단체이지만 희망연대 역시 올해는 더 많은 소통을 위해 회원과 더 많은 만남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쓰고 있다. 더 나아가 주위 시민단체와도, 다른 시민모임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장(場)을 많이 만들어가려 한다. 그런 만남들이 사회 속에 점점 퍼지면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갈등보다는 양보와 배려, 화해가 자리잡게 될 것이며 마지못해 싸우게 되더라도 기분 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서로 다르더라도 함께 할 수 있다.

‘진정 우리는 통(通)했는가?’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