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가 지나면서 태양열과 땅의 복사열이 합해져 화기(火氣)인 무더위가 극에 달하는 때가 삼복(三伏)이다. 중국 후한의 유희(劉熙)가 지은 사서(辭書)의 석명(釋名)에 기록된 오행설(五行說)에 의하면 가을의 서늘한 금기(金氣)가 여름의 무더운 화기를 두려워하여 복장(伏藏)<엎드려 감추다>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또 최남선의 조선상식(常朝鮮識)에는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복(伏)은 꺾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여름 더위를 꺽는 날이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더위를 정복한다는 의미가 더욱 강하다. 복은 원래 중국의 속절(俗節ㆍ제삿날 이외에 철이 바뀔때 마다 사당이나 조상의 묘에 제사 지내던 날)에서 유래 되었으며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개를 잡아 성(城)의 사대문 안에 달아 매고 충재(蟲災)방지를 기원하였다 한다.

복날은 하지(夏至)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이며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고, 입추 후에 첫 번째 경일이 말복이 된다. 인체의 기운을 조절함에 있어 음식만한 것도 없다. 그래서 복 음식으로는 삼계탕ㆍ구장(狗醬)과 민어탕(民魚湯)이 대표적 음식이다. 삼계탕은 음기 덩어리인 인삼과 닭이라는 유금(酉金)의 저장고인 육계(鷄)를 함께 푹 끓여 낸 음기탕이다. 구장에는 백구ㆍ황구라는 구(拘)를 재료로 사용하며 애완견하는 견(犬)자의 개는 먹지 않는다. 또한 민어탕은 사대부들의 복날 음식이었다. 백성 민(民)자를 쓰는 민어탕이 서민의 음식이 아니고 사대부들의 여름 음식이었다니 아리송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