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지난 7월 익산의 정치권은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다 알다시피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 1년 된 현역 도의원이 도의원 자리를 팽개치고 농협조합장 선거에 나가는 흔히 보기 힘든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대한 시민과 조합원들의 힘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게 그 도의원은 농협선거에서 떨어졌다. 사필귀정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도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리 쉬운 자리인가? 시장 선거나 국회의원선거가 있어 도의원을 사퇴한다면 그나마도 이해가 되겠지만, 농협조합장에 나가기 위해 사퇴한다니! 보궐선거를 위한 혈세 5억도 문제이지만, 지방의원의 자리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냥 내팽개치는 무슨 취미 정도로 아는 것이다. 지방의원이나 단체장의 자리는 국민의 선거에 의해 뽑히는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자 봉사의 자리이다.

지방선거가 있은 지 얼마나 되었는가? 1년 겨우 넘었다. 1년이 지난 시점은 4년의 의정활동을 본격적으로 실천해야 할 시점이며 시민과의 약속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가야 할 시점이다. 흔한 말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인데……. 이는 정말로 시민을 무시한 처사였다. 이 도의원을 뽑아 준 시민들은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러나 이 모든 책임이 도의원 본인에게만 있지 않다. 모든 결정과 최종판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만 그 동안의 익산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그리 예상하기 힘든 연출은 아니다.

민주당 간판만 내걸면 어느 자리든 거의 된다는 생각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의 치열한 경선이나 내부정리만 승리한다면 민주당이라는 간판이 호남지역에서는 그냥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쉽다는 생각이 있다.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줄서기를 보면 가관도 아니다. 국민 앞에, 시민 앞에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공천해 줄 힘 있는 자에게 줄을 서기 바쁘다.

그래서 민주당에도 무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방의원의 자리를 국민에게 봉사하고 대의를 위해 노력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나 욕심, 그리고 더 크기 위한 징검다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만 봐도 이를 그냥 알 수 있다. 탈당조치 운운했지만 그 이상의 근본대책이나 사과는 없었으며 결국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낙마하자 그때서야 겨우 사과한다며 립서비스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의 민주당은 소속당원의 비리, 폭력사태, 선거법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시민사과나 재발방지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기에 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소속단체 대표로써 시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협의회를 하면서 시에 대한 감시나 비판은 해왔지만 솔직히 익산정치권이나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너무 소홀히 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라도 시민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시민단체로써의 본분을 더 잘 지켜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민주당에게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공당이 가져야 할 의무라고…….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 건전성을 잃지 않고 정말 살아있다면 이번 계기가 어떻게 대충 넘기고 싶은, 숨기고 싶은 일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일을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디딤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시민과 국민이 바라는 정당으로 변화하고 개혁하기 위한 환골탈태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 당원이 모두 모여 앞으로의 정치일정과 태도를 근본부터 수정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국민과 시민의 힘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시민의 눈초리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농협조합장선거를 통해 이를 보았다. 민주당은 국민의, 시민의 심판을 무서워해야 하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후회하게 되는 날이 온다. 진정으로 민주당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