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고등학교 2학년 유지훈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자발적으로 도울 때, 또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이 기쁨과 위안을 얻게 될 때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동시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것을 순수하게 도와줄 때 세상에 대한 감사와 삶의 희망을 느낀다.

봉사활동은 이렇듯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가 행복을 얻을 수 있기에 아름다운 행위다. 봉사활동 과정에서 봉사자와 이들이 투입하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면, 사회·경제적으로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만든다. 봉사활동을 중요한 사회적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 봉사활동의 현실과 문제점

현재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들은 교육과정이수를 위하여 연간 일정수준의 봉사활동시간을 채워야만 한다. 그런데 많은 수의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참여하여 사회에 공헌하며 스스로 기쁨을 맛보는 기회가 아니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하여야만 하는 귀찮은  일이 되기도 한다. 나는 학생들의 봉사활동 활성화를 가로막는 원인이 네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는 이타적 행동인 봉사에 대한 교육이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우리 조상들의 미풍양속인 상부상조의 정신이 퇴색된 것도 있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중·고등학생들은 봉사활동과 같은 이타적 행동보다는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지위 확보를 위해서 명문 대학 진학에 열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로는 중·고등학생들이 보람있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구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부 공공기관이나 요양원, 복지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껏해야 한두 시간 청소하고 나면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피보호자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재미와 정신적 만족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봉사정신의 강화하기 힘든 현실이다.

셋째로는 학교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목표시간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운용됨에 따라서 봉사활동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되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만을 채우기 위해서 만족도가 매우 낮고 피상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생의 봉사활동 선택권이 매우 좁은 상황에서, 특정 공인기관에서의 활동만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학교 생활기록부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넷째로는 대학입시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학 진학시 기본이 되는 학업성취도 이외에도 봉사활동과 같은 비교과 영역의 반영비율이 높아 지성(知性)과 덕성(德性)을 모두 함양한 학생의 합격기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학 진학 시 학업성취도 반영 비율이 다른 비교과 영역의 반영비율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다. 때문에 밤늦게 까지 심지어는 주말까지도 학교에 나가야 하는 학생들이 체계적으로 장기봉사활동계획을 세우고 편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학생 봉사활동,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그렇다면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해 덕성을 함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어렸을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학교, 학급 단위로 중장기 봉사활동 목표를 세우고 봉사활동에 대한 이론과 기술은 물론 실제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먼저 봉사활동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를 몸소 체득하도록 함이 요구된다. 최근 나눔의 정신과 창의력이 결합하면서 사회·경제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되는 것을 볼 때, 봉사활동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예산과 행정을 지원하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전문사회봉사기관 등이 연계한  교과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화하여야 한다. 현재 주로 실시되는 봉사활동은 청소나 허드렛일 위주인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판에 박힌 봉사활동을 벗어나서, 학생들이 특기를  살려서 자신들의 재능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으면 한다. 가령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이 있다면, 이들이 소규모 악단을 조직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위문공연 봉사를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좋은 학생이라면, 공공기관과 사회복지기관 등은 물론이고 사회적기업에서 창의적인 업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이 기관 또는 개인의 서포터즈가 된 후 해당분야에 대한 소양을 쌓으면서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멘토(mentor)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봉사활동의 전문성이 강화 및 평생봉사 시스템이 자리 잡을 것이다. 

셋째, 학교 봉사활동 시간제와 대학입시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소수의 공인기관에서 하는 봉사활동만을 인정하여 시간 채우기에 연연하는 봉사활동을 초래하는 봉사활동 시간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인정기관을 보다 확대하고, 봉사활동의 시간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평가할 수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입시에서도 봉사활동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삼아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봉사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 재미

네덜란드의 역사가인 요한 하위징아는 사람의 속성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라고 정의하였다. 봉사활동도 그 자체에 재미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특히 학업의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재미 요소가 있다면, 봉사활동에 대한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는 물론 창의적인 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사회가 지덕(知德)을 갖춘 학생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도덕과 윤리를 말하기 전에 학생이야말로 ‘호모 루덴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재미있는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투자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