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문학평론가

덥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매년 여름 도시는 아예 끓고 있다.

에어컨이라는 도구로 강제적으로 “내 버린, 내 공간의 열”은 남의 공간으로 버려진다. 열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밀어낸 것일 뿐이다. 버림받은 열들은 도시를 달구고, 달궈진 도시의 더위를 견디지 못해 우리는 또 에어컨으로 우리의 더위를 밀어낸다. 그렇게 또 열기는 버림받고, 이런 악순환을 거쳐 더 길어지고, 더 불안해 지고 있는 도시에는 갉아 먹는 개발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오래 되었으나 새로운 이 문제로 지구는 앓고 있다. 무분별한 자연석 밀반출과 임야 훼손으로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졸속으로 이뤄지는 토목사업은 천연 하천을 도로공사 하듯이 암석으로 도배하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돈만 된다면 카지노산업의 폐해에 대해서도, 기지 경제의 불건강성에 대해서도, 현무암 해안선을 매립하고 산야를 파헤치는 파괴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려 든다. 나무를 베어내면 메아리가 떠나듯이 마구잡이 개발로 자연을 버리지 않아야 평화롭고 안정된 도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그 어느 땅도 겪어내야 하는 최근의 사건들은 지구촌 한 몸에 새기고 있는 듯하다. 거대한 쓰나미는 격량의 도시로, 어떠한 설명에도 한 순간에 삼켜 버렸다.

어린 시절 뒷동산에 오르면, 바다가 푸른 물결로 뒤덮은 밀물이 떠오른다. 희망과 활력이 살아 넘치는 밀물은 그들이 갖고 있는 정신적 안정감과 차분함을 조화롭게 결합 시켜줄 역동적 기운으로 보내야 할 때이다.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고 했다.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고 대재앙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들을 보며 우리의 가슴은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간다. 광풍에 휩쓸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다. 사건에 대해 응답하는 능력인 것이다.

절망하고 주저앉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주를 변화시키는 무한한 잠재력이다. 우리 마음의 내부에는 아직 야생의 비옥한 들판이 남아 있다.

합리적 사회 관리나 경제 시스템이 제아무리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기세등등하다 할지라도, 우리 마음에서 현생 인류로서 최초의 비약을 기념하는 그 위대한 징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야생의 들판으로 통하는 문을 사실은 지금도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이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무모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생명은 잠깐 동안의 생존만이 허용되는 덧없는 것이며, 인간이 만드는 사회는 우주 속에 생겨난 보잘 것 없는 자율성을 가진 작은 섬에 불과하다. 사회에는 사회의 밖이 있고, 인간의 사고에는 이해를 초월한 밖이 있다. 그 밖이란 인간이 만드는 사회의 공공성을 초월한 우주적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이 사회이고, 그런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실현된 상태를 상징하는 것이 “토러스”라는 토폴로지라면, 사람이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한 밖의 영역과 커뮤니케이션을 발생시키는 통로를 상징하는 것은 비틀림을 내포한 “뫼비우스의 띠” 또는 “클라인의 항아리”라는 토폴로지이다. 공공 공간이 완전한 것이기 위해서는 이 이질적인 두 토폴로지가 하나로 연결된 공간이 설계되어야만 한다. 일본의 관료체계는 굳건하며 저력이 있고, 정치와 경제의 성장정체가 지진극복에 원동력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절망과 공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만 하다. 이들의 고통이 지구촌 전체의 눈물이 되고 있다.

이런 대혼란 속에서는 다시금 희망의 감동 물결로 나눔의 아름다운 중독이 된다. 이 춤추는 평화에는 사랑과 자비가 출렁이고, 은혜의 나무 한그루를  심어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계속되는 발전과 성장 속에서도  인간과 생태가 함께 가는 길을 이제는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