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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한다

▲ 농협조합장 선거

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익산지역의 대표농협인 익산농협조합장 선거가 7월 26일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조합장이 비리혐의로 그 직을 상실하게 되어 치르게 된다. 익산농협은 워낙 거대농협이라서 조합장은 각종 비리나 부정부패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예수금이 5,000억 원이 넘고 연간 총사업량이 1,500억 원 내외에 달한다. 자산총액은 5,800억 원이 넘는 거대농협이고 조합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교육지원사업비 만해도 연간 30억 원이 넘는다. 본지점 사무소가 10개, 하나로마트 3개, 미곡종합처리장 1개, 주유소 1개, 농기계사업장과 농자재 판매장 등 각종 사업장이 있어 사업자 선정, 납품업자 선정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거대농협이다.

이런 익산농협이기에 어떤 조합장이 되느냐에 따라서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직조합장 역시 비리혐의로 조합장직을 잃었으니 개연성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따라서 익산농협조합원의 선택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익산농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과연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조합장이어야 하는지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이런 원칙과 기준은 협동조합의 탄생 배경과 과정, 목적 등을 비춰 볼 때 비단 익산농협뿐 아니라 모든 농협에 해당되는 사항임을 밝혀둔다.

우선 부정부패, 비리로부터 자유롭고 청렴한 사람이 조합장이어야 한다. 앞서 살펴 본대로 익산농협은 엄청난 규모의 각종 사업을 하고 있어 잿밥에 눈이 멀게 되면 비리에 연루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권과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조합장은 조합원의 이익보다 조합장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어 익산농협과 조합원이 또다시 불명예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농업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 농촌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업 농촌 농민들의 문제를 피상적으로가 아닌 피부로 느끼고 알아야 그들의 입장에서 올바로 운영할 수 있다. 쌀을 알아야 농기계 센터와 농자재 사업장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셋째, 농업을 사랑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농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농협조합원만을 위해 밤새워 고민해도 대안을 마련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농민들은 고생하는데 조합장은 군림하는 식의 농협은 개혁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농민의 삶을 피부로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넷째, 시민과 조합원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농협조합장은 지역의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그 동안 농협조합장들이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해 갈등이 유발되고 반목과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었다. 직원들은 부당한 지시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조합장은 시민과 조합원으로부터 지탄을 받지 않아야 농협의 안정적인 신뢰경영이 가능하다.

다섯째, 익산시를 비롯한 농업 농촌 관계기관, 농민단체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 동안 익산시와 익산농협은 사사건건 갈등이 있어 왔다. 이로 인해 시민과 조합원은 피로감에 시달렸고 지역농업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이 투입되는 광역친환경단지 조성사업의 경우 만해도 조합장이 익산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해 사사건건 대립하고 표류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은 집회 시위를 통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가 하면 시청과 농협이 소송을 하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시민에게 갔다. 지역농업의 발전은 더디기만 했다. 시장과 관계가 좋지 못한 조합장의 독선과 오만의 결과로 빚어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을 할 지경이었다. 조합장은 익산시와 농업관계기관, 농민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력체계를 존중해야 한다.

여섯째, 익산지역의 대표조합장으로서 읍면지역 조합장과 조화를 이루고 미덕을 발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동안 익산지역 조합장들의 협의체인 익산농협조합장협의회에 익산농협조합장은 참여하지 않거나 전혀 힘을 보태지 않았다. 익산지역 농협의 맏형 농협으로서 읍면지역 조합장들을 조율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도모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만과 독선, 권위주의에 젖어 읍면농협 조합장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익산농협은 거대농협이니까 조그마한 읍면 농협조합장들과는 격이 다르다거나, 익산농협조합장 선거를 권력으로 보거나, 자금규모가 큰 곳이라고 생각을 갖는 조합장이 되는 순간 익산지역의 농업 농촌 발전과 조합원의 권익은 실종될 수 있다. 익산농협 조합장은 읍면지역 조합장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익산지역의 농업 농촌 농민의 발전과 권익을 위해 일해야지, 정치권력처럼 인식하는 조합장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곱째, 정치나 다른 선거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농협과 조합원만을 위해 일할 사람이어야 한다. 농업 농촌 농민 조합원을 위해 뼈를 묻을 각오를 해야지, 보다 더 큰 정치에 기웃거리고 농협조합장은 거기로 가는 징검다리나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창구라고 인식하는 조합장이어서는 안 된다. 농협 일에만 몰두해도 쉽지 않은 것이 익산농협의 사업이고 농업 농촌 농민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올인을 해도 부족할 지경인데 잿밥에 눈이 먼 순간 익산농협과 조합원, 농업 농촌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명심해야 한다. 돈이나 권력을 지향하는 조합장이 아니라 농업 농촌 농민의 발전과 조합원의 권익을 지향하는 참된 조합원이 조합장 이 돼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참된 조합장을 선택하는 것도, 그에 따른 과정이나 결과도 모두 조합원의 몫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농업 농촌 농민과 조합원만을 위해 일하는 책임성 있는 한결같은 조합장을 현실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 조합장이 농민과 조합원의 근심거리가 되어버린 이 지긋지긋한 현실은 종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