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 김경원

지친 영혼을 달래고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충전을 사람들은 보통 잠을 자거나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만을 충전이라 생각 할 수 있다.

올바른 충전을 위한 선택이 자신과 잘 어울리고 처지와 상통하는 부분이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흔히 영화를 초보자들은 국내에서 선보이는 모든 영화를 거의 할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엄청난 착각이다. 우리 주변을 꼼꼼이 찾아보면 미지의 세계를 소재로 이국적인 풍물이 가득한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익히 알려진 국가 외에 기타 유럽권과 오지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전혀 생소한 지역을 방문 했을 때 느껴지는 묘한 흥분과 설레임을 안겨준다. 색다른 감흥을 찾아 낯선 영화의 세계로 떠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시간과 성과에 쫓기는 현대인들이기에 이런 집단사고를 뛰어넘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때로는 책을 읽으면서도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에 목적은 딴 데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해 둘러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염증이 났기 때문은 아닐까?

나의 카타르시스는 이런 불만족에 대한 분풀이는 아닐까?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 전쟁을 다룬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한 인간의 삶에서 독립과 자유, 신념 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수많은 편견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스펙이 아니라 철학이다. 인생에 대한 원칙과 소신, 신념을 가진 자를 누를 수 있는 편견은 없다.

화려한 스펙을 앞세워 “철밥통”의 안정된 직장을 찾아 헤매기 보단 자신의 철학을 구현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끊임없이 일로 매진 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마련이다.

언젠가 어떤 방송인의 카리스마를 아우라로 표현한 것을 본적이 있다.

아우라는 독일의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서 복제가 불가능한 원본 예술작품의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일어난 결정적 변화를 “아우라의 붕괴”라고 정의했다. 즉, 사진이나 영화 등 복제가 가능한 제품엔 아우라가 깃들 수 없다는 것이다. 판에 박은 듯한 표준화된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그들은 대중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되지 않는다. 그들은 세련된 옷차림, 능수능란한 화술, 호감을 주는 외모를 갖춤으로써 일시적 유행은 끌어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타인과 뚜렷하게 차별되는 아우라는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 보이지 않는 매개를 통해 전파 될 때 그 위력은 더욱 강해진다. 대중은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서 어떤 강렬한 분위기를 느낀다.

카리스마 또는 아우라가 강한 인물로는 마하트마 간디가 떠오른다.

그는 타인을 지배하는 우월성,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욕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강한 자신감과 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화를 사랑했고, 보이지 않는 비폭력의 힘으로 모든 사람이 원하는 독립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저항운동에 자신의 생을 바쳤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눈에 띄는 노력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신념을 위해 자신을 지배했다.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삶을 복제한 오늘, 오늘의 삶을 흉내 내는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어떤 반전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우라는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찾아 끝없이 가시밭길을 가는 사람의 가장 지혜로운 동행이다. 미리 짜여진 대본 만으로는 인생살이의 섬세함을 온전히 포착 할 수 없다. 그래서 감성의 영역에서는 진심으로 승부 하게 된다.

이성은 승패를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그 감성은 승과 패를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인생의 좋은 프로젝트는 사람을 설득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감동 시키는데 궁극적 지향점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맞서지 않으며,  느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눈다. 행동의 통일을 위해서 이론 투쟁을 하는 것이다. 나 밖에 두지 않고 모두와 하나가 되고자 한다.

연꽃 하나 들어 보여 달빛이 드문 강물에 제 몸을 비추듯 등잔에서 등잔으로 불빛이 이어지기를 어느 때나 기약 할 수 있을지 참으로 아득 하기만 하다.

나는 왜 그런 눈을 가지지 못했을까 수없이 무릎을 쳤다. 세상의 가장 작은 모습에서도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는 세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들로부터 나는 세상을 사는 수많은 가치와 방법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