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  이강래

2005년 초 미국에 수입되는 물건 중 가짜상품이 세번째로 많은 지역이 한국이라고 발표 되었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조나단이 기획한 애플사 아이맥 브랜드를 빼놓을 수 없는데, 미국의 ‘머큐리’신문에 한국기업이 아이맥을 본뜬 컴퓨터를 수출했다가 법원에 제소당했다는 낯 뜨거운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기에 미국사람을 단순히 ‘맥도날드집 앞에서도 줄을 잘 선다’는 식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런 질서 의식이 베어서 세계 제1의 디자인 파워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누구처럼 돈 되는 일이라면 모조품을 만들어 팔아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 우리의 기초질서를 두고 이태리와 이태원의 디자인 차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싸다.

세계시장의 파워 브랜드 가운데 15% 정도가 아시아 쪽에 속하며, 그 중 8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파워 브랜드는 디자인과 연결되고, 파워디자인은 그 나라만의 문화 정체성을 섭렵하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데, 필란드의 킬타 디너웨어, 미국의 지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1992년 말 EU나라들은 국가적 장벽을 허물고 나아가 화폐시장도 단일화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에 기인한 제품 디자인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곧 세계화의 속도에 맞추어 아니 그 이상으로 지방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으로도 우린 느낄 수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세계 브랜드는 제품 디자인이 어떤 장점을 가졌든 그 나라 내수시장의 성공으로 출발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패스트 푸드며, 스위스의 ‘레슬레’ 쵸코렛도 내수시장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다.

이는 세계적 브랜드에 그 나라만의 질서에 접맥된 문화적 유산과 혼불이 어려있어야 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서서 걸어 가면서 차안에서 흔들리면서 먹는 미국 그들만의 문화가 푸드의 패스트화를 가능케 했던 것이다. 우린 그 만큼 바쁜적도 없었거니와 먹는 것을 끔찍이도 아꼈다.

누구와 점심을 하는가는 곧 신분의 표시이기도 했다. 그러니 남의 문화를 훔친들 우리 브랜드가 되겠는가.

어떻든 금세기 디자인 강국의 꿈은 문화 콘텐츠에 달려 있는 셈이다. 모두들 ‘21세기는 문화가 상품이 되는 세기’라고 하는 이유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거든 우리의 디자인에 문화적 혼불을 놓아 국가적 차이를 세계적 브랜드의 보편성으로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가 어디 손으로 만져지는 것인가. 디자이너 월터 랜더가 “제품은 공장에서 만들어 지지만,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만들어 진다”고 했듯이 문화는 사실 스킬이 아니라 마인드다.

어떤  디자이너가 수도원의 복도 설계도면을 보고 복도가 너무 비좁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수도원 복도라면 겨우 조심스럽게 지나도록 하는 것이 제격이다’라고 여기는 설계사의 마음이었다.

이 사람은 마음까지 디자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전의 민주당 경선 돌풍도 이채롭지만 1960년대 미국은 메사추세츠주의 촌뜨기 케네디를 졸지에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닉슨이 텔레비전 앞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케네디는 어떻게 말 할 것인가에 골몰 했음을 본다.

꼼꼼한 설명 보다는 보고 느끼는 시대적 마음을 디자인하는데 케네디는 성공했던 것이다. 정작 문화는 마음으로 표현되고 이 마음을 감지할 때 세계브랜드의 성공예감도 짙어 지는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21세기 한국은 디자인 파워 시대에 적응할 뛰어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일예로 서양의 침대 보다도 훨씬 인간적인 담요와 이불은 사람이 누우면 따라 눕고 일어나면 따라서 일어나 흔적을 지우는 정말 기막힌 디자인인데, 이것이 우리의 마음이었고 문화였다.

한국의 전통문화가 기능을 강조해 온 산업사회에서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21세기 감성주도사회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기다려 진다.

1950년 마쓰시다의 고우노스께는 미국의 백화점에서 라디오의 기능은 같은데,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값도 다르다는 설명에 충격받아 디자인부를 설치했고 그후 마쓰시타 TV ‘가오’를 힛트시키게 된다.

미국산업화의 상징인 포드 자동차도 처음에는 온통 검정색이었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디자인은 엄밀히 말해서 없었다. 우리도 갈길이 바쁘다. 세계적 브랜드를 향하여 나아가자. 그러나 무었보다 창의성 없는 우리의 교실이 걱정이다.

과외 50조원, 0교시 수업, 일제학력평가 등 모두다 우리의 디자인강국의 꿈에 찬물을 끼얹는 용어들인데 이를 어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