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醫)는 의(義)다!  병자를 불쌍하게 여기고 돌보아 주는 이가 의원(醫員)이기 때문에 의(醫)는 의(義)다.”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추상 같은 태도로 의료행위를 정의한 말이다.  바로 이 한 마디가 많은 사람들이 ‘허준’에 열광했던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익산지역 사람들에게 원광의료원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과거에는 마땅한 대형의료기관이 없어서 시민들이 다른 지역의 병원을 전전했다.

하지만 모든 생령을 제도하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제생의세(濟生醫世)와 나보다는 세상을 받들겠다는 무아봉공(無我奉公)의 정신으로 원광의료원이 설립된 후 익산시민들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나는 원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실천종교로서 원불교의 사은(四恩) 특히 더불어 사는 일체의 은혜인 동포은(同胞恩)에 대하여는 크게 공감한다.

아마도 원광의료원도 더불어 사는 이웃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은혜를 갚는다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고 생각한다. 의(醫)를 통해서 의(義)를 실천함으로써 의(意)를 바르게 하는 수행의 한 방편은 아닐는지!

이런 정신을 펴기 위해서 물질이 필요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사회봉사 한 쪽으로만 치우친다면 그 봉사가 미약할 것이고 또한 결코 오래가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수익성 확보도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난 월요일에 접한 주간소통신문에서 원광의료원의 진단서 발급비용 관련기사를 보았다.  물론 많은 인원과 시설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다른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진단서라고 하는 것은 진료를 받은 사람들에게 이런 병인에 의해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공식적인 소견이다.

어찌 보면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의사가 당연히 발급해야 하는 성격의 서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히려 지금처럼 병명이나 치료기간과 간단한 소견만 있을 것이 아니고, 상세한 치료 및 처방 내역과 권고내용 등도 명시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 무리한 생각일까?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아마도 전산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쉽고 빠르게 발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병원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사례가 유명한 경영서적에서 소개된 바 있다.

이런 수입을 희생하면서 본원적인 경쟁역량인 의료서비스의 혁신에 매진하라는 것이리라! 천하의 명의 유의태는 사의론(四醫論)을 언급하면서 병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심의(心醫)를 의사의 최고수준이라고 말했다.

주간소통신문의 기사는 환자와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서비스를 통해서 명실공히 익산을 넘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거듭 나라는 충고가 아닌가 싶다. 원광의료원 곳곳에 있는 일원상(一圓相)에서 우리 모두가 같은 근원에서 나왔으니 서로 믿고 배려해야 한다는 무언(無言)의 벽력성(霹靂聲)이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원광의료원이 바로 이 땅에서 동포은이 구현되는 개벽의 장(場)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익명을 요구하는 기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