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한낱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역사는 또한 설명한다, 아니 설명해야만 한다. 이는 사실 역사가 언제나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설명하지 않는다 해서 역사이기를 그만 두지는 않는다는 것을 자백하는 일이다.

역사에서 정말 어려운 일은 설명하지 않는데 있다. 우리 현대사가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주주의 발전, 평화통일을 위한 몸부림으로 점철된 역사임을 뼛속 깊이 각인하게 된다. 반세기가 지난 세월이 흘렀건만 그날의 함성은 살아남은 자의 심장을 두드린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4월 영령들의 뜻을 세우며 그들의 역사의 몸부림을 유언처럼 받들어 우리 사회의 꽃을 피우며 달려왔다.

그러나 오늘날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4월 혁명의 그 함성을 다시 듣고 있다. 반세기 전의 4.19에 머무르지 않고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여 우리 사회 양극화의 극복과 분단의 극복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제도적 문제점과 제왕적 자치단체장 그리고 약하고 무능한 지방의회와 민주주의 요체인 시민의 참여와 자치능력도 미성숙한 상태이다.

우리사회는 또다시 민주주의 정체와 위기의 국면을 맞고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 요체인 인권과 국민기본권이 수시로 무시되고 있으며 공안 통치와 언론장악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시민활동과 소통마저 제약받는 시대가 되었다.

현 단계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운동의 최대 과제는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거세된 압제정치 속에 살아온 불행한 역사만큼 거기에 저항한 긴 항쟁으로서 사회운동의 역사를 가게 되었다. 유럽에서 7~80년대에 수많은 시민운동의 기반으로 하는 정당들이 성장하였지만 한국에서는 1990년에 들어 비로소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도 겨우 시도되기도 했다.

아직도 시민운동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은 생겨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사회운동의 주체들이 달라지고 사회운동의 양상이 달라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거리로 나왔던 2008촛불문화제는 시간적 맥락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운동발발의 구조는 유사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한다.

과거와 달리 “뉴라이트”로 변해버린 대학생들... 이라크 전쟁옹호, 햇볕정책과 민족통일운동을 반대하고 민중의 편에 서는 대신 기득권자들의 편에 서는 뉴라이트가 되어 있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당시 민주항쟁에 선두 역할을 한 그 핵심 주체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새삼 절감하게 한다.

이 사회가 점차적으로 보수적 지배 계층은 더욱 더 권력의 힘이 조직적이고 다양해져 가는 듯하다.
그것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운동이 시민들을 담아내지 못하는 “그릇”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국사회가 발전한 만큼 그 정치적 영역을 사회운동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회운동의 과제로 남겨져 있는 역사를 어떻게 재조명 할 것인가는 당시의 사회적 조건 속에서 목표로 했던 과제들을 중심으로 그것이 좌절되고 왜곡된 이후의 기간동안 부단히 되살아나면서 성장하고 심화되어 온 과정을 점검해 보아야 할 때이다.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과 활동 노선을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겠지만 민주주가 어떠한 현실적 조건과 상황 속에서 추구되었는가에 그 복합성과 더불어 내재적인 긴장과 역설을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과 사회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적인 조건과 상황의 차이, 다양한 사회적 요건들, 자유민주주의가 지니는 다의적인 성격 등으로 인해 민주화 운동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구들을 표출해 왔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정의할 필요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공정하고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탈권위주의적 소통은 개혁하고 참여를 확산시켜 집단들 간의 헤게모니적 담론적 투쟁이 여전히 진화된 민주화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의 저항성도 시간의 유동성도 우리가 거기에 대해 가지는 의식도 우리 예측이 이루어질 확률도 모두 한결 같지 않다. 일상생활은 우리의 선택을 밝히기에 충분할 것이며 명석한 역사가라면 작업의 맨 마지막에 처음에 부딪쳤던 문제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역사를 쓴다는 것은 지적인 활동이다.

역사의 리얼리즘은 역사적 비판의 가장 미묘한 문제 가운데 하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가 유연해질 것을 요구한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한 사회가 자처하는 표현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떤 경우에 역사의식의 투명성은 허울 좋은 것인가? 이러한 어려움에 있어서는 현재의 역사가 중요한 장애물이 되어 사회체와 정신의 관계가 전도되지 않고 바로 여기에서 제도를 인식해야 한다.

민주화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외환위기와 연관된 세계화 시대가 본격 개막한후 국제자본의 영향력 강화,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의 이슈화 세계주의와 민족주의의 경향의 동시적 증대등의 세계화 뚜렷한 징후며, 이에대한 효과적 대응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사회정의와 연대에 대한 진보적 감수성을 대중의 삶의 향상과 어떻게 직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 대안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어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영화 같은, 영화보다 더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가야 했던 그 시절이 아니였던가. 어느 날 문득 잠에서 깨어나 잔인한 햇빛을 받으며 진정 사람 사는 냄새를 맡고 싶어, 망원경으로 훔쳐본 하얀 해오라기들처럼, 지금은 날개를 접었지만 언젠가 다시 활짝 펴고 푸른 하늘을 가를 날이 올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