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어느 여인이 공항 매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서 봉투에 넣고 대기실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건장하고 잘생긴 신사가 옆에 앉더니 과자 봉지를 꺼내서 먹는 것입니다. 곁눈질해서 살펴보니 자신이 매점에서 샀던 그 과자와 똑같습니다. 그런데 신사는 과자 봉지를 여인과의 사이에 놓고는 노트북을 하면서 남의 과자를 집어 먹는 것이 아닙니까?

여인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참다못한 여인이 영역 표시라도 하듯이 과자 한 개를 집어서, 잘 보란 듯이 자기 입으로 가져갑니다. 신사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태연할 뿐입니다. 여인이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결국 신사와 번갈아서 과자를 먹다가 결국 마지막 한 개가 남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과자를 신사가 집더니 반을 잘라서 반은 자신이 먹고 나머지 반은 여인에게 양보하려는 듯 봉지에 다시 넣습니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여인은 신사를 바라보면서 “세상에 저런 철면피 같은 남자가 다 있을까? 그러고도 눈웃음을 치고 싶을까? 아휴 남자들은 왜 저렇게 다 뻔뻔하지!” 갑자기 온 세상의 남자를 비난하는 말로 분풀이하고 시간이 되어서 비행기를 타러 갔습니다. 좌석에 앉아서도 몰염치한 신사의 모습이 생각나서 혼자 씩씩거리고 있다가 매점에서 산 휴지를 꺼내기 위해 종이봉투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기가 샀던 과자가 고스란히 봉투에 있었습니다. 분풀이하듯이 경쟁적으로 집어 먹은 과자는 바로 신사의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무안하던지 그 신사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예화지만 우리도 무심코 여인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저도 비슷한 실수를 범했습니다.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휴대전화기의 진동이 울립니다. 예배나 모임마다 서로들 무척 조심하는데, 진동벨이 계속 울리니 조금 당황이 되고 신경이 쓰였습니다. 속으로 “어떤 분이 휴대전화기 소리를 죽이지 않고 진동으로 해놨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앞에 계신 나이 드신 분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동안 울리는데도 끄지 않으십니다. “아이고야, 진동 소리를 듣지 못하시는 것을 보니 졸고 계시나?” 그 짧은 시간에 별의 병 상상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모임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제 휴대전화기에 초록색 불이 깜빡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휴대전화기를 켜보니 ‘아뿔싸’ 아까 울린 휴대전화기는 바로 제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휴대전화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얼굴이 뜨겁던지요. 다음 모임 하는 자리에서 이실직고하면서 사과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경의 산상수훈에서 자기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눈의 티끌을 보고 비판하는 것을 금하셨습니다. 위선으로 똘똘 뭉친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살피는 것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전에 가톨릭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였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은 물론 여기저기에서 서로 비판하고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된 경우를 자주 봅니다. 단순하게 실수나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의도적인 악의로 상대방이나 반대 진영을 무너뜨리려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예도 많습니다. 권력자가 공정과 정의 없이 힘으로 지배하는 시대가 다시금 온듯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끌어 내려야 자신이 올라서는 경쟁사회에 살기 때문일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남의 티끌을 지적하기 전에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살피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건설적인 비판까지 금할 수는 없습니다. 내 눈에 들보를 두고 남의 눈에 티끌을 책잡는 것을 금하는 것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세상이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남 탓하기 이전에 행여나 우리 눈에 들보가 있는지 먼저 살피면서 밝고 바른 세상 만들기에 동참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