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날마다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이 훨씬 많다. 특히나 생전에 이웃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의 비보를 접하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참 많다. 요 며칠 사이에도 참으로 안타까운 두 사람의 사망소식을 듣고 나는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 중에 한 사람은 대동맥 수술분야 최고 권위자였던 흉부외과 의사였다. 응급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일부러 병원과 십분 거리에 살던 그는 자전거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길에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귀한 생명을 잃고 말았다. 오직 병원과 환자밖에 몰랐고 가족들과의 식사모임에서도 응급환자를 돌보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던 일이 잦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환자들은 그를 주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의 영결식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면서 나 역시 가슴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또 한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 몇 년 전에 TV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넬라 판타지아를 부르는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린시절 보육원에서 매를 맞기가 싫어서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보육원을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는 살기 위해 어린 나이에 십 년 동안을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껌을 팔면서 노숙을 하다가 청소년이 된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성악을 부르는 무대 위의 어떤 사람의 노래를 듣고 자신도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TV에 나와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그 뒤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어린시절에 각인되어버린 무의식의 트라우마는 그를 정상인의 삶을 가능하도록 내버려두질 않았다. 결국 생을 마감하는 암시를 SNS에 남기고 그는 서른셋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의 생명은 누구 한 사람도 예외가 없이 참으로 소중한 생명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사였고 한 사람은 자신이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던 가엾은 영혼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그를 아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시민들도 빈소에 찾아가 애도를 보내고 있는데 한 사람은 그가 세상을 떠났는지조차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몇 년 전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라가 아무리 경제 대국이 되어도 어느 나라에나 가난의 늪에서 허덕이는 민초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라의 정책이 선진국을 향해 가고 있다 할지라도 복지의 사각지대에는 언제나 이런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나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이번에 한 의사의 죽음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을 것이다. 내 이웃과 주변에 혹시라도 질병과 가난에 허덕이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눈길을 돌려봐야 하고 그들이 따뜻한 제도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국가는 언제든지 그들을 품어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 나라와 나라, 그리고 이제는 머지않아 기계가 인간이 할 일을 거의 대신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올수록 인간은 지금보다 더욱 더 따뜻해져야만 한다. 기계가 인간의 따뜻한 심장마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얽혀 살고 있다. 우리와 그들 모두가 공생(共生)의 가치를 배우고 익혀서 얼굴도 모르는 이웃의 죽음마저도 함께 슬퍼하고 함께 아파하며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그런 인성이 갖추어진 시민들이 이 지구라는 터전위에서 살아갈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