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김 성 중

우리 익산의 억울한 일을 상담한 지도 어느덧 3년이 흘렀습니다. 여러 가지 일 중에 우리 시대 청년들과의 상담은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일입니다.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며칠 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청년이 찾아와 어렵게 고통을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폭력까지 번진 이 사건의 발단은 손님의 지속적인 ‘반말’이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진상’은 임금님께 지방 특산물을 바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인데, 진상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패악이 심해 백성들이 원망의 뜻을 담아 ‘진상’이 회자하기 시작했고, ‘무례한 말과 태도로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합니다. 편의점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무례한 손님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집어 던지는 방식으로 건네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지폐를 카운터 위에 던지거나 신용카드를 화투 치듯이 내려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가관입니다. 근무하는 알바생에게 거리낌없이 반말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천연덕스럽게 편의점으로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다른 가게에서 산 물건을 환불해 달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조금 거슬리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겠지만 정도가 지나친 사람들은 분명 ‘진상’의 반열에 올랐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진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첫째, 식당이나 편의점 등 각종 서비스시설의 종업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불한 비용에 ‘갑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손님의 반말 수모를 감내할 이유가 종업원에게는 하나도 없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제대로 된 말을 해야 할 이유입니다.

둘째, 우리 사회에서 전연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반말은 문제가 되지만, 서로 잘 알고 친한 관계에서의 반말은 오히려 정과 사랑 그리고 친근감의 표현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도 사실입니다. 유교 전통이 문화의 근간인 한국에서 삼강오륜에 스스럼없는 인간성을 가미해 준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말을 부적절하게 사용하여 사달이 날 수는 있어도 존댓말을 사용하여 잘못되는 일이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반말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은 인간의 품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말은 영혼의 얼굴’이라 했고, 중국 당나라에서는 관리를 등용할 때 ‘신언서판’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표현에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말의 무게와 책임감을 제대로 인식하기를 권유하고 언행의 신중함을 강조하는 속담과 격언은 만국의 공통입니다. 그만큼 말의 품격은 중요합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조직의 리더는 말의 품격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에서 청년의 노동 문제는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청년이 일할 수 있는 노동현장에서 청년이 부당함을 당하지 않도록 막는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도 미비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차례로 이루어낸 역사를 통해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고 높은 평등의식과 정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도약 덕분에 긍지는 높아졌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 과잉의 사회를 살아가며 때로는 그런 감정을 집단행동을 통해 합리화하기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과연 저는, 당신은, 또한 우리는, 늘 옳게만 살아왔는지 스스로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진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일단은 먼저, 우리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편의점 알바생들이나 이주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존댓말로 인사말을 한번 건네봅시다.

※소통을 위하여 존댓말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