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장
사단법인 삼동인터내셔널이사장
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요즘 우리나라 지도자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물이 난다.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시장 후보라 하는 사람들의 삶이 양파껍질 까면 드러나듯이 그 못된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슬퍼지는 자괴감이 빗물처럼 흐르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세월은 이러한 현실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유수처럼 흐르고 아침 해는 떠서 저녁에 지고 식물들은 봄을 맞아 저마다 기쁨의 아우성들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해 아우성이니 이일을 어찌할꼬? 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새벽녘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하수를 향해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다. 무왕과 선화공주가 계신 필자의 아침 산책지인 쌍릉에서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나무아미타불을 목청껏 소리치고 싶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은 불교나 원불교에서 염불할 때 외우는 글귀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신령스런 힘으로 악도를 면하고 서방정토 극락에 나기를 발원하며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뜻으로 이 문구를 외웠다. 그러나 원불교에서의 나무아미타불은 무량수각(無量壽覺)에 귀의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무량수각이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근본 마음을 말한다. 저 멀리 밖에 계시는 부처님에게 돌아가거나 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본래 마음인 자성불(自性佛)에 귀의하여 천만 가지로 흩어진 정신을 일념으로 만들기 위한 공부의 방법임과 동시에 순역경계에 흔들리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부로도 활용되고 있다.
‘노는 입에 염불하라’는 속담이 있다. 염불을 비하하는 듯한 말로 쓰이고 있지만 이 속담은 원래 고려시대 나옹대사께서 지은 ‘승원가’라는 가사에서 염불을 권장하며 나온 말이다.
“승속남녀 물론하고 유·무식 귀천 간에, 농부거든 농사하며 노는 입은 나무아미타불, 길녀거든 길쌈하며 노는 입은 나무아미타불, 어떤 일을 당하여도 나무아미타불, 기뻐도 염불하고 슬퍼도 염불하여, 행주좌와 이러하면 후생극락 어려울까”
나옹대사는 양주 회암사(檜巖寺)에서 4년간 좌선하여 깨달음을 얻어 나옹화상이라는 호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보우와 함께 고려 말의 위대한 고승으로 일컬어지며, 조선 불교에도 큰 영향을 끼친 스님이다. 그러한 나옹은 극락가는 최고의 방법으로 ‘나무아미타불’의 염불 수행법을 이야기한 것이다.
코로나19, 시끄러운 정치, 혼란스러운 사회 등 무엇 하나 안정감이 없는 현실에서 필자는 나 자신을 지켜보려는 심정에서 ‘나무아미타불’의 수행이 생각나 나옹대사처럼 독자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염불은 일과 수행을 나누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행법 이다. ‘나무아미타불’이란 지금 이 순간 나를 괴롭히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온갖 생각들을 깨끗이 지우고 본래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염불을 잘 하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고 모든 일을 가장 잘 성취하게 할 힘이 나온다. 단지 문구 여섯 글자를 일심으로 계속해서 외울 뿐인데 말이다. 정말 쉽고 언제 어디서나 활용 가능한 최고의 수행법이라 생각한다.
염불은 조용하거나 시끄럽거나 간에 어느 때 어디서든 언제나 꺼내 쓸 수 있는 휴대용 수행법이다. 방법도 간단하니 유·무식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일 그 일을 하면서 ‘노는 입은 나무아미타불’을 하면 된다. 수행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더 낫다고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자신의 근기와 상황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서 하면 된다. 다만 하고 안하고의 문제이다.
염불도 일종의 소리 명상이다. 나무아미타불을 입으로 말하면서 그 소리를 듣는 자가 누구인가를 돌이키며 귀로 또렷하게 듣는 것이다. 그래서 염불은 다른 선법과 달리 혼몽이나 혼미한 상태인 무기공(無記空)에 빠지지도 않고 생각이 날카로워지지도 않은 채 마음에 안정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일이 없을 때는 물론이고, 내 마음을 흔드는 경계들이 오면 그때 얼른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며 흔들리기 전의 평화로운 상태로 되돌리면 된다. 자기의 염불 소리를 한 글자 한 글자 따라가면 어느새 잡념들, 요란하게 부풀었던 마음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평화로움이 들어선다. 그 상태가 극락이다. 극락 상태의 마음으로 그 일 그 일에 임하면 목적하는 일마다 원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고, 사람과의 관계도 다 좋아진다.
수행이란 결국 자기 마음 하나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듯이 하루 몇 시간씩 염불하고 선(禪)하고, 경전을 몇 번째 쓰고, 법당이나 교회를 몇 십 년을 다녔노라 하고 자랑삼을 일이 아니다. 해왔던 공부로 인해 일심이 되고 있는가, 아닌가, 그로 인해 자신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정작 경계를 당해 얼마나 수행법들을 독서하고 활용하여 중도에 맞게 마음을 쓰고 행하며 효력을 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순역 경계를 당하였을 때 내 마음이 안정되느냐 안정되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신앙·수행의 횟수나 길이에 속으면 안 된다. 수행하는 목적은 삶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자기 삶이 변하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 인간은 삶에서 부딪치는 바로 그 문제를 수행의 과제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자기 힘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어찌 보면 참으로 은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가 날 상황에서 정말로 염불이 잘 되는지 얼른 염불이라는 수행카드를 꺼내서 써보는 것이다. 자기의 소리에 집중하면서 십 분 정도 염불을 했는데 마음 상태가 달라진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며칠을 그 생각으로 끙끙거리고 이 사람 저 사람 마음 건드려놓고 그랬을 텐데 말이다. 고난 없기를 바라지도 말고 피해 다니려고만 하지도 말고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다니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이름만 사람이고 이름만 어른이지 힘은 하나도 쌓이지 않는 만년 어린애이고 늘 고통이 따라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