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 범죄학박사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법구경’에 있는 말입니다.

마음씨가 그늘지면 자신이 녹슬고 만다는 뜻입니다. 녹은 쇠를 녹이지만 마음의 녹은 사람을 잡습니다. 다른 사람도 죽이지만 자기 자신도 죽입니다. 자신을 녹슬게 하는 ‘녹’은 허물, 욕심, 허세, 분노 등이며, 녹으로부터 참 자아인 ‘쇠’를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좀 더 확대하여 볼까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녹’과 ‘쇠’는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을 녹슬게 하는 ‘녹’은 독재정권, 친일 사대주의, 색깔론 등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각자도생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곧 ‘쇠’일 것입니다.

한편, 쇠로 만든 주철 냄비는 녹이 슬기 쉽습니다. 강대국의 틈에서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대한민국 역시 같은 처지입니다. 녹이 슬지 않게 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철 냄비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주철을 건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투명하기 위해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방통위의 언론통제 등 비판 보도에 대하여 재갈 물리기식 행태를 보이는 정부는 각성해야 합니다.

근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밀(John Stuart Mill)은 1859년 출간한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설령 잘못된 의견일지라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과 진리를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류에게도 강도질하는 것과 같은 악행"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둘째, 주철을 싱크대에 담그거나 식기 세척기에 넣지 말아야 합니다. 주철은 젖게 하면 녹슬기 때문입니다. 냉엄한 국제 정세 속에서 더 이상 색깔론이나 역사 왜곡, 이념 논쟁에 휘말려서는 곤란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국민을 잘살게 하는 방법론적 차이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관점을 놓고 좌파와 우파로 분류하는 게 더 어울립니다. 좌파와 우파에 각각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으로 중도파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야말로 진정한 진보라 할 만하고 진보 우파 또는 개혁적 보수가 시대정신에 맞는다고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셋째, 주철을 올바르게 청소해야 합니다. 잘못된 청소 기술로 인해 주철 팬이 녹슬 수 있습니다. 올바른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견제와 균형을 담보하지 못한 채 세계에서 드물게 기형화된 우리나라 형사사법 절차가 화근입니다. '대한민국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라는 검수완박의 논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수사권, 기소권, 재판 과정에서의 공소유지권, 형 집행권을 아우르며 형사 사법절차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대한민국 검사에 대한 보다 폭넓은 견제와 균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소망합니다. 독점된 권력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게도, 주철에 녹을 발견하면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녹이 적으면 우선 연마제 역할을 하는 소금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 공수처 수사, 국정조사를 말합니다. 방통위 장악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견제되지 않는 검찰 권력은 공수처를 무력하게 하며, 정부 여당의 비협조로 국정조사가 파행을 거듭하는 현실을 봅니다. 소금으로 제거할 수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소금으로 제거되지 않는 많은 양의 녹은 식초에 담가야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작년부터 엉망입니다. 부자 감세로 균형 잃은 세수, 일본 핵 오염수 대변인 자처, 고속도로 게이트, 평화를 위협하는 행보, 미일 굴종 외교, 무속 논란, 뜬금없는 카르텔 제기, 해병대 수사 외압, 공산 전체주의 색깔론,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 육성 논란,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많은 양의 녹이 정도를 넘어 소금을 무력하게 만드는 정권이라면 어찌해야 할까요. 희망을 품고 탄핵이라는 식초에 녹슨 쇠를 담가야 합니다. 녹이 쇠를 다 먹어버리기 전에 서둘러서 해야 할 우리의 업보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우리를 감옥에 가두고 희망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