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완벽한 사람과 실수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실수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의 빈틈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내용인데요.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 캐시 애론슨이 발표한 ‘실수 효과(Pratfall Effect)‘입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실수에서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겁니다. 실수가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니 다행입니다.

영화배우 알파치노가 긴 슬럼프와 공백기를 겪은 후 ‘여인의 향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정상에 선 그는 수상대에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립니다. 그러다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쪽지를 꺼내 떨리는 목소리로 읽기 시작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을 보냅니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습니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대배우의 연약함이 실망감보다는 애잔함과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양탄자를 짜는 페르시아 명인들은 멋진 카펫을 완성하면 가게 앞길에 그것을 깔아놓고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게 합니다. 밟을수록 선명한 색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짜 고수들은 완성된 페르시아 카펫에 언제나 의도적으로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불리는 작은 실수의 흔적을 남겨놓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양탄자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흠을 내는 이유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장인의 정신입니다.

아마존의 어느 인디언 부족은 모두 구슬 목걸이를 차고 다닙니다. 그런데 40여 개의 구슬 중에서 유독 하나가 깨어져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 하나를 꿰어 넣고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릅니다. 상처 없는 구슬들 안에 상처 입은 구슬을 동등하게 배열함으로써 서로 평등한 존재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것을 완성으로 보는 인디언들의 통찰이기도 합니다.

페르시아 카펫과 인디언의 구슬 목걸이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다들 무결점의 완벽한 인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교만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려다 죽은 이카로스의 자만이고, 높은 탑으로 하늘의 권위에 도전하려 했던 바빌론 사람들의 교만입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 속에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완벽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부족함이 없어야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여 흠 잡을 데 없는 사람은 오히려 피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멀리서 바라보고 존경합니다. 하지만 그 주변에는 아무도 친구가 없는 고독자입니다. 누구나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삶에 한 발자국이라도 넣어 보면 얼마나 아프고 힘든 사람인지 쉽게 발견합니다.

완벽함에는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우리가 때로 실수 하나쯤 한다고 해서 걱정하는 것처럼 세상이 두 쪽 나진 않습니다. 좀 여유를 가지고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평소 즐겨 쓰는 ‘포스트잇’이 실수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 실수로 만들어 낸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이지 않는 접착제, 모두가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이 접착제는 노란 종이와 만나 지금의 ‘포스트잇’으로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실수하더라도 단지 자책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실수했다면? 먼저 깨끗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후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으면 됩니다. 제주도의 돌담은 그저 평범한 돌담처럼 보여도 강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돌의 사이를 일부러 메우지 않았는데 그 틈새로 바람이 지나가기 때문에 세찬 바람에도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그것을 용납하는 사람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고 싶어합니다. 실수할까 늘 긴장하며 살아가죠. 하지만 그 완벽함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합니다. 강박관념에 시달리거나, 실수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건 ‘완벽한 사람’보다 ‘실수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흠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알고 보면 이런 흠이 오히려 큰 보물입니다. 우리의 몸도 영혼도 틈이 있어야 숨을 쉴 수가 있습니다. 틈이 있어야 빛도 공기도 사람도 들어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런 틈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 틈이 신앙을 받아드리는 공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실수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