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현철 센터장

필자는 얼마 전 센터 내 선생님들과 ‘SOVAC 2019’에 참가하였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관심과 지원을 해온 SK그룹이 주관한 행사로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들을 연결하여 확산시키고자 하는 행사라 나름 정의하면서 평소 관심 있는 세션을 들락날락 하였다. 비교적 가벼운 주제와 내용으로 토크쇼 형태로 이루어져 일반인들에게 사회적 가치의 인식을 높이는데 일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날 행사장은 학생 등 약 5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대부분의 세션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날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제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사회적경제 마켓도 열렸는데, 우리지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으로 할머니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천년누리전주제과’, 도시양봉을 통해 환경생태계를 지키는 ‘어반비즈’, 발달장애인이 만드는 친환경 문구 ‘그레이프랩’, 자폐우가 디자인하는 ‘오티스타’ 등 다양한 소셜 아이템을 가진 기업들이 참가했다.

여하튼 현 시점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는 핵심적인 화두이다. 이 정부가 포용성장으로 사회적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평가에 사회적 가치 지표를 포함시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넘게 평가의 비중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공공기관의 높으신 분들이 경영평가 및 사회적 가치 활동 등의 자문을 위해 필자와 같은 비주류를 자주 찾아주는 것을 보면,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제는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사회는 무엇이고 가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다음사전에서는 ‘평균적인 생산 조건에서 상품 생산에 소요되는 노동의 시간에 따라 규정되는 상품의 가치’라고 나와 있다. 경제학적으로 사회를 개인적 이익 추구 활동의 결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니 이러한 정의가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사회를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모든 개인은 그들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 최소한의 희생과 노력으로 최대한 많은 만족을 얻으려 한다는 가정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에 이익이며, 기업의 이익추구 활동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성립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가치나 기업이 가치를 올리는 모든 활동은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결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단편적인 가정에 기반을 둔 편의적인 해석인지는 사회적경제나 사회적 가치를 모르는 일반 대중들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회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개인들의 행동이나 활동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서로 관련이 되어 있기도 하고 의존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라는 시스템의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문화, 정치, 교육, 경제 등은 개인의 독립적인 행동이나 활동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는 개인들의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내가 포함되어 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이해관계자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마을이라는 사회는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행정 공무원, 장사하는 사람, 방문객 등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관계로 일어나는 활동들이 마을을 유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는 근로자, 공급자, 소비자, 주주 등이다. 경영활동이 이루어지는데 있어 개인이 독립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아닌 관계로 인한 활동이 투입되어 기업이 유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값지고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라고 한다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값지고 이로운 것이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경영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본(일자리, GDP, 임금수준 등)과 사회적 자본(사회적 신뢰, 결속력 등)을 산출한다고 보면, 이해관계자들을 이롭게 하도록 경영활동이 이루어져야 기업이 올바른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급자들의 이익을 해하는 거래를 하지 말아야 하며, 원가절감을 위한 고용조정이나 비정규직화 등은 피해야 한다. 생산 활동에 있어서도 환경과 안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무리 사업의 아이템이 환경보호 등 사회적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을 이롭게 하지 못한다면 그 비즈니스는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만 이롭게 하기 위해 공급자나 근로자의 이익을 빼앗는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이롭지 못한 것은 사회적 가치가 아닌 것이다.

지역사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시장경제라는 틀에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며, 저렴하고 편리하게 소비하는 것이 현명하고 효율적이라고 학습되어져 왔다. 지역이라는 사회를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로운 것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이익추구 활동이 지역사회에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겨왔다.

사회는 개인들의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가 사회를 유기적으로 만든 것이다. 개인의 이익추구 활동은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행위이다. 이러한 활동이 계속된다면 지역사회의 유기적 생태계는 생명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지역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개인의 이익추구를 넘어 사회의 이로움을 위한 역할을 정립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