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연극은 배우가 관객을 앞에 두고 극본 속의 인물로 분장하여 몸짓, 동작, 말로써 창출해 내는 예술이다.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이다. 연극 속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두고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하나의 대사로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5막 긴 연극을 대표하는 문장이 되었다.

연극 속 배경과 인물들은 미술, 역사, 관광 등의 복합적인 문화 콘텐츠를 창출했으며, 영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햄릿배경과 셰익스피어의 출생지를 보기위해 전 세계인들이 그 곳을 방문하고 있다. 이것이 문화가 가진 힘이다.

최근 익산 문화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익산의 유일한 소극장인 ‘아르케’가 여러 여건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아르케를 운영하는 1995년 창단된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익산 연극의 명맥을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작은 소리와 동작’이라는 이름은 연극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소리와 동작을 의미하며 줄임말인 소동은 곧 연극을 상징하며 이는 극의 본질과 철학적 의미가 잘 함축되어 있다. 창립자 이도현 대표는 여성연극인이 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적은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섬세한 감성을 잘 표현하는 여성극단으로 출발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여성뿐만 아니라 전업단원을 포함하여 공무원, 의사, 학생 등의 다양한 직업군의 단원들도 함께하며 ‘행복한 사진관’, ‘금녀와 정희’, ‘하녀들’, ‘문용기, 기억하며 새기다’ 등의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연극의 제작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을 일상에서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관람을 지원하고 지역아동센터, 학교, 청소년 가족 등의 다양한 계층과 단체들이 연극을 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나를 발견하고 자아실현을 예술을 통해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렇게 소극장 ‘아르케’는 문화예술의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해주는 우리 익산의 소중한 문화자원이었으며, 연극이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이러한 상징인 아르케의 철수 소식은 현실은 잔인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도현 대표는 어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극장이 순수예술을 담는 그릇이라면 소극장이 없어지는 것은 순수예술을 담는 그릇을 깨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극장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소극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는 지역민의 관심과 관람이 중요합니다.”

그는 배우, 예산,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이 연극 그리고 지역의 문화예술을 지키는 제일 소중한 힘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다행히 이도현 대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소극장 ‘아르케’를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한다.

다시금 ‘아르케’의 문이 활짝 열린다면 우리는 관객으로 소중한 문화자원을 함께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