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원 고문
김 복 현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점차 나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2019년 여름이 되면서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생산가능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약 15년 정도 빠른 일본은 어떠했을까? 일본의 과거 15년이 우리가 앞으로 경험할 15년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은 1991년 이후 경기부진을 겪고 최근에는 인력난을 겪을 정도로 일자리가 넘쳐 취업사정이 좋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거의 15년 동안 2%안팎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일본의 경기부진에 대해 고령인구의 급증과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가 잃어버린 일본 20년의 근본원인이라고 한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인구 변동과 맞물려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본을 여행해 보면 삶의 질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잘 사는 나라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고령화건 뭐건 간에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과거 15년간 일본이 보여준 것처럼 은퇴이후의 삶이 윤택해질까? 안타깝지만 일본 고령자들의 윤택한 삶이 우리나라 고령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먼저 고령화 속도와 고령자 규모 등 우리나라의 고령인구가 몰고 올 파도는 일본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깊다는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를 이끌었던 세대는 1947년부터 49년 사이에 매년 2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부머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부터 1963년생까지로 이때는 출산율이 매우 높았을 때다. 출생아 수로만 보면 58년 개띠부터 74년생까지로 매년 95만 명~100만 명씩 태어난 실질적인 베이비부머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사회에 줄 파장은 일본보다 더 깊고 넓을 수밖에 없다.

은퇴 이후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삶의 수단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52만원이다. 앞으로 연금을 수령할 베이비부머들은 가입기간이 길기 때문에 이보다 많이 받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25년 안팎의 노후를 의지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이 있는데 보통 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사람은 이 둘을 모두 받게 되어 있다. 근로 기간의 차이가 있어 남녀 간 평균 수령액이 좀 다를 뿐이다. 현재 남자는 18만~19만 엔 (200만원) 여자는 9만~10만 엔(약1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1인당 소득이 우리나라보다 높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생활물가가 더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공적연금은 초 고령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쉽지 않다.

우리의 향후 15년이 일본의 과거 15년과 같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빚 없는 일본 은퇴자인데 우리는 빚 많은 은퇴자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은퇴연령은 만60세이지만 실제 은퇴 시기는 더 빨라서 50대 중반이 넘으면 은퇴를 이미 했거나 은퇴를 준비한다. 이 연령의 경제 상태는 국민연금에 기댈 것이 없기 때문에 장기 노후 준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2017년 가계 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계 저축액이 가장 높을 때가 50대다. 하지만 가계부채도 적지 않아 저축과 부채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60대도 저축과 부채의 차이는 별로 없지만 금액이 50대에 비해 크게 적다. 그래도 부동산 자산이 있고 그 가치가 상승한다면 상황이 그리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정체되거나 하락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된다. 여기에 소득이 줄어들면 부채 부담은 저축액을 훅 넘어 서게 된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 몇 군데를 제외하고 부동산 가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은퇴연령은 만65세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은퇴인구 대부분은 부동산 자산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은퇴 시점에 부채를 거의 0으로 맞춘다. 여기에 임금 소득은 없지만 연금 소득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생활비를 지출하고 나서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일본의 가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저축액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 그다음은 60대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도 금융자산과 공적 연금이 받쳐주면 생활이 나빠질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은퇴 관련 상황은 일본과는 크게 다르다. 고령자들의 비율로만 본다면 우리가 일본을 15년 뒤 따라가지만 여러 가지 다른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미래 15년이 일본의 과거 15년과는 같을 수 없다. 연금, 의료보험, 간병보험, 등 고령자들을 위한 충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정부의 부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안타깝지만 정부가 상황을 반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보다는 은퇴 이전에 어떻게든 부채액을 0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문제, 준비한 사람에게만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