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부처는 잡보장경에서 재물을 쓰지 않고도 남에게 베푸는 7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무재칠시(無財七施) 또는 무전칠시(無錢七施)라고 하는데, 안시(眼施 좋은 눈길로 사람을 대하는 것),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 온화하고 즐거운 낯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언사시(言辭施 부드러운 말을 쓰고 추악한 말을 쓰지 않는 것), 신시(身施 몸을 일으켜 공경을 표하는 것), 심시(心施 화하고 착한 마음으로 정성껏 사람을 대하는 것), 상좌시(床座施 자신의 자리를 내어 상대를 대하는 것), 방사시(房舍施 다른 사람이 내 집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대하는 것)를 말한다. 어디에서 보면 방사시 대신에 찰시(察施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로 나오는데, 원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찰시가 무재칠시의 바탕인 것 같다.

부처가 무재칠시를 설한 배경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하는 일마다 풀리지 않는 사람이 부처께 인생 상담을 한 모양이다. 부처는 당신이 남에게 베풀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그 사람이 자신은 재물이 없다고 말하자, 부처는 재물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방법이 7가지나 되며, 무재칠시를 하면 매사가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 또한 원문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재미있다.

이 일곱 가지 베풂을 살펴보면, 개개의 베풂이 우리 일상에서 자비로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개개의 베풂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된 것임을 볼 수 있다. 부처는 도(道)에 이르는 실천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립했는데, 무재칠시 역시 더불어 사는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의 제시라고 하겠다.

무재칠시를 한다고 무조건 만사가 형통하지는 않겠지만, 무재칠시를 생활화하면 매사에 평균 이상의 성과는 얻을 수 있다고 보인다. 무재칠시 하나하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것이다.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기반성 및 계발이 따를 것이니, 이는 협력망을 구축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부처는 사람이 몸과 입, 생각으로 나중에 과보를 받게 될 업(業)을 짓는다고 했다. 이중에 입으로 짓는 나쁜 업인 구업(口業)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망어(妄語 진실 되지 않은 말을 하는 것)·기어(綺語 도리에 어긋나게 기묘하게 꾸며 말하는 것)·양설(兩舌 거짓말과 서로 다른 말로 이간질하는 것)·악구(惡口 남을 욕하고 험담하는 것)가 그것이다. 아마도 부처는 말이 갖는 파괴적 힘을 매우 경계했기 때문에 구업을 강조했다고 보인다.

부처가 설한 구업을 생각할 때 언사시는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립 서비스를 하라는 의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대의 처지를 살펴보고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며 말하되, 논리적으로는 진실에 기반하고 감정적으로는 진심을 담아 말하라는 뜻일 것이다. 또한 옳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강하게 지적하되, 네 가지 구업처럼 추하고 악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언사시의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언사시는 고사하고 입으로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사람이야말로 그 얼마나 재수 없는 사람이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구업을 경계해야겠지만, 세상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람들은 그 입을 각별히 간수해야 한다. 특히 국가의 권력을 국민들로부터 일부 위임받아 행사하는 정치인과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구업으로부터 빚어진 화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가!

세상을 위해 물질적 혜택도 별반 주지 못하면서 입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판치는 국가와 사회가 잘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망어·기어·양설·악구로 허구한 날 싸우고 헐뜯으면서 갈등과 분열만 조성하니,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쓸데없이 국력만 허비하고 있으니, 산적한 국가과제 뭐 하나 제대로 풀리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그야말로 막말 대잔치가 펼쳐지고 있는데, 특히 일부 야당 지도층 및 개신교 단체장의 막말은 입으로 짓는 악업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건 도대체 사실 여부는 둘째 치고 주장의 근거와 논리적 타당성도 없다. 그저 망어·기어·양설·악구를 총동원하여 일단 상대를 흠집 내고 싸움을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일부 언론들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객관적 사실 확인에 기초한 보도를 통해 건강한 여론을 형성함이 언론의 본령이다. 그러나 그 사명을 다하기는커녕 진실을 왜곡하고 교묘한 논리를 개발하여 진영을 나누고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혐오를 먹고 사는 기생충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말 자체가 갖는 불완전한 속성상 그 뜻을 전달하다보면 때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당초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사실과 논리에 의해 온전히 담고 있을 때 이를 ‘말실수’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막말 대잔치는 말실수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내세우려는 삿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남에 다름 아니다.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 생각해보자. 입으로 악업을 짓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지? 앞으로 우리가 무재칠시의 지혜를 거울삼아 공복을 뽑고 세상을 바르게 보여주는 언론을 선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