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함해국 대표

유은미

요 근래 어디를 가든 체온을 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은 36.2도, 어느 날은 37.1도. 37도까지 올라가기라도 하면 혹시나 하며 놀라기도 한다. 평균 체온보다 조금 낮은 날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높은 경우에는 잠시 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하기도 한다. 어느 한 날은 운전하고 가며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 온 신경을 그 일에 집중하며 학교에 출근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열이 높게 나와 얼음물을 마시고 30분 휴식 후 재점검 하고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해프닝을 어느 덧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우리의 일 년은 365일이다. 일 년 365일을 평온하게 36.5℃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온하고 평탄한 매일이 있어야 한다. 매일 우리와 일상을 함께하는 숫자 36.5는 더 이상 낯선 숫자가 아니다. 36.5에 담긴 우리의 일상을 함께 되짚어 보고자 한다.

김정현의 소설 36.5도는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를 견디는 중년의 세 남자와 세 여자가 힘겹게 지켜가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 그 마음의 온도로 나누는 사랑과 우정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책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인하의 말 중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내 몸의 36.5도는 나를 위한 체온이 아니었어. 당신의 36.5도도 다르지 않을 거야. 36.5도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우린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을 거야. 사람은 36.5도라는 체온을 갖고 있으면서도 추워하고 그 체온마저 잃으면 목숨을 버리기도 하지. 그건 그의 체온이 그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일 거야. 너무 오래 추위에 떨지마. 당신의 체온만 잃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체온도 식어버리게 하는 거야.”

‘덥다 더워, 강릉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6.5도 기록’

올 해 8월25일에 나온 기사의 제목이다. 이 날 강릉은 올 해들어 가장 높은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강릉 시민들은 강한 햇볕으로 기온이 오른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재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까지 착용하면서 종일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어제(22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 민주당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가 접수한 불공정 거래행위 사건 가운데 거래상지위남용이 전체 208개 사건 가운데 76건으로 36.5%의 비중으로 가장 높았다.

6년 전 10월에는 알바생 36.5%가 ‘난 당장 먹고 살려고 알바한다.’라고 하였다. 알바천국에 아르바이트생 1433명을 대상으로한 ‘아르바이트 현황’ 설문조사에서 알바를 선택하게 된 동기로는 ‘당장의 수입마련’이 36.5%로 가장 높아 생계형 알바족이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6년 전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사회적협동조합 36.5+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유통 플랫폼으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모여 36.5도의 사람의 온기를 나누며 서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을 손쉽게 구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매개역할을 하는 단체이다.

이처럼 36.5도는 우리 곁에 항상 머무는 숫자와 온도이다. 그동안은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던 숫자는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6.5도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의 경계가 나뉘고 울고 웃게 되는 우리의 일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는 나 뿐 아닌 다른 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웃의 체온을 서로 느끼고 나누며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36.5도를 유지하는 평온한 일상이 유지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