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로버트 레드퍼드가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미국의 저명한 목사 노먼의 자전적 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한 명성에 걸맞게 수채화 같은 영상을 펼쳐 보입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한 플라이 낚싯줄의 예술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가족 간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인생의 참 의미를 잔잔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늙은 노먼이 “비록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는 마지막 설교 후, 아내를 포함해 주위 사람들을 다 떠나보내고 홀로 과거를 회상하며 변함없이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낚시하는 장면은 참으로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8월 들어 연이어지는 장마 비와 홍수, 태풍에 무더위까지 겹쳐, 나라 안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넘어서는 초유의 긴장과 불안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홍수 피해 복구를 두고 서로 도움과 격려도 부족한 시간에, 갑자기 4대강 사업을 소환하여 한편에선 홍수를 재촉했느니, 다른 편에선 홍수를 이만큼 예방했느니 하는 논란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편의 주장이 옳은지 홍수 피해 복구 후에 실증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하니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 없는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생태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인류가 자연환경 파괴와 급속한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배출 증폭이 기후변화를 가져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는 것이 합리적인 설명일 것입니다. 과연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 미치게 될까 걱정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군목으로 재직 중 호주에 갈 기회를 얻어, 시드니에서 멜보른으로 고속버스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넓은 대륙이자 선진국인 호주의 고속도로가 한국처럼 주로 직선으로 쭉 뻗어나간 것이 아님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직선적이고 빠르게 달리도록 설계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 대한 선입관을 가진 제게는 구불구불하고 곡선을 자주 그리는 호주의 고속도로는 너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끝날 즈음에 현지 사람을 통해 듣게 되었던 그 이유는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호주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자연이 만들어온 산과 계곡과 들판에다 계절을 따라 기후가 만든 생태환경을 염두에 두고 길을 내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고속도로를 만들면 언젠가 그것이 인간에게 화가 될 것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합니까? 개발도상국을 넘어 중진국에서 이제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연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전방에서 근무 시,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아무리 최고 선망의 휴가지 일 순위라고 해도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수많은 터널과 100미터 이상 높이의 교각을 세워 고속도로를 낸 것을 보면서 기술력에 대한 감탄보다는 환경과 미래에 대한 염려로 아찔할 때도 있었습니다. 서해바다를 보면서 인공으로 만든 저 넓은 간척지와 죽어버린 갯벌들이 언젠가는 인간을 역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도 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수해의 날들이 길어지면서 사람과 사회가 지쳐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라는 물음에 대답할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더 나은 변화를 위한 어떤 노력도 어려운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강물은 쉴 새 없이 흘러갑니다. 절대 멈추지 않는 물의 흐름입니다. 한순간도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흐르는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수해로 잠시 멈춘 우리 사회가 이제 속도보다 방향에 대해 더욱 진지해져야 합니다. 극단적인 대결과 분열과 탐욕을 멈추고, 흐르는 강물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합력하여 선한 결과를 이루는 우리나라와 지역사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