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알뜰신잡> 방송 출현으로 잘 알려진 유 현준 교수가 있습니다. 그는 『어디서 살 것인가』란 책을 통해, 건축가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다양한 생각이 멸종되는 사회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면 다르다고 느끼지 않고 틀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표현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의 의식 속에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서라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띠는 데는 학교 건축이 큰 역할을 한다고 지적합니다. 어린이가 집을 떠나서 첫 12년 동안 경험하는 공간이 학교인데, 학교 교실과 건물은 건국 이래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전히 학교는 수십 개의 똑같은 상자형 교실을 모아 놓은 하나의 네모난 교사동과 하나의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음에 주목합니다. 이런 공간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닭장 안에 갇혀 지내는 모습처럼, 생활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거나 변화를 가질 공간들이 없기에 “지식은 책에서, 지혜는 자연에서 배운다”는 말이 무색해지고만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열린 공간과 만남이 가능한 건물 구조, 낮은 건물과 높은 천장이 보장된 창의적 학교 건축이 우리의 미래라는 저자의 제안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도시에 대해서도 진단합니다. 자본은 점차 대형화되어 가고 그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건물의 크기도 점점 커져갔음에 주목합니다. 대형 쇼핑몰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도입된 것은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주는 것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은 현대인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은 골목길처럼 점 대신 선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풍경의 변화와 걷기의 즐거움이 보장되는 도시의 거리를 잠시 상상만 해도 참으로 즐거워집니다. 이처럼 우리들이 살아가는 각각의 지역에도 흥미로운 21세기형 골목길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건축가인 저자는 건축요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 건축물들이 과거의 건축물에 비해 감동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중력을 극복하며 주변의 공간과 서로 화목하게 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보이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우월적 시선(view)을 버리고 ‘좋은 가치관’이라는 수평적 시선(view)을 갖는 데서 출발해 세워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이란, 하늘과 자연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고 서로의 다양성과 삶의 소통을 담는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살기 고달픕니다. 너무나 많은 갈등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노력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세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보면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오히려 ‘비빔밥’처럼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과 시민들의 의식이 더욱 필요함을 보게 됩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 책 제목처럼 지금 내 삶의 자리에 대하여, 살고 싶은 곳의 기준에 대해 자문해 봅니다. 오늘도 미륵산을 바라보며 금마에서의 아침을 시작합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때 까지 나그네처럼 살다 이제야 정착한 내 고향의 하루를 잘 세워가고 싶습니다. 어제까지는 ‘금 나와라 뚝딱?’하는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면, 오늘은 부터는 ‘금마와라 뚝딱 !’하는 건축자의 자세로 내 주변의 행복을 세우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부디 하늘이 보이고 자연이 느껴지며 사람들의 얼굴이 반가운 뷰(view)티플 시선으로 내일의 삶을 함께 세워 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