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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기억을 창조적 기회로

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운전을 할 때 주로 앞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때로는 백미러(Back Mirror)를 통하여 끊임없이 뒤를 돌아다보아야 합니다. 특히 방향을 전환할 때는 반드시 백미러를 살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의 위험이 높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신앙도 그리고 나라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을 바라보고 푯대를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야 하지만, 틈틈이 뒤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뒤를 돌아보는 것은 결코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나온 삶을 거울삼아서 오늘을 반성하고, 또한 그동안 함께 해주신 은혜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반년을 생각해보는 6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시간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세월이 흐름과 함께 과거의 기억들은 점차 사라지겠지만, 과거의 사실은 어떤 형태로든 오늘과 내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미래의 삶이 과거에 붙들려 있게 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바꾸어 냄으로 내게 꼭 필요했던 과거로 만들어 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은 늘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미래가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새로운 시간과 일을 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과거를 끝없이 새롭게 창조해 내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날을 주신 것은 과거를 잊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을 다시 창조할 기회로 주신 것입니다. 어떠한 과거도 역사적 기억과 창조적 기회 안에서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는 이스라엘입니다. 이스라엘이 430년간 종살이하던 속박과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출애굽의 경험은, 각자의 인생과 삶의 의미에 변화를 주었을 뿐 아니라, 한 민족과 역사의 정체성의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지속적으로 출애굽의 ‘역사적 기억’을 잊지 않았습니다. “애굽에서 종 되었던 때를 기억하라.” 놀랍게도, 이 역사적 기억은 그들의 삶을 새롭게 창조해 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나온 과거의 시간은 더 이상 실패와 절망으로 얼룩져 버려질 인생이 아니라, 지금의 자유와 행복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경험하는 과정이었으며 훈련의 시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적 기억은 창조적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출애굽 한 이스라엘은 다시 멸망과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바로의 통치를 벗어났으나 분열로 인하여 한 공동체가 되지 못했고 순수한 신앙도 점차 상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애굽에서 가나안으로’라는 시간과 공간의 이동은 했지만 정작 존재의 변화를 이루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단언컨대, 하나님께서 출애굽을 통해 그들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부르신 것은 이 ‘역사적 기억’을 기필코 ‘창조의 기회’로 만들어 하나님의 시간을 살라 하시는 애끓는 당부였습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을 괴롭혔던 강대국 애굽의 가치체계로부터 벗어나야 했습니다. 착취와 폭력, 탐욕과 우상숭배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으로부터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불평과 원망, 비난과 정죄, 풍요의 욕망 속에 있던 가나안의 문화 또한 거부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소망의 가치인 사랑과 평화, 공평과 정의를 추구하는 삶을 통해 창조의 시간, 존재의 변화를 경험해가야 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나라를 세워가려는 삶이야말로 역사적 기억을 창조적 기회로 바꾸어내는 삶이 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이라는 영단어 ‘remember’는 ‘re’라는 단어와 ‘member’라는 단어의 의미가 함께 있습니다. 다시 멤버가 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질병으로 지구촌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전쟁의 아픈 역사와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한이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7월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다시 새로운 나라와 삶을 세워가도록 나라의 멤버로 부름 받은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믿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멤버인 것과 공동체임을 기억하면서 창조적 기회의 시간을 살아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