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촌의 삶이 바뀌고 있다.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예정된 미래였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크게 앞당겨졌고,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한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인류를 위협했던 전염병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수억에서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말라리아, 천연두, 결핵, 흑사병, 콜레라, 발진티푸스, 에이즈 등과 같은 감염병과는 비교할 수 없다. 1918~1920년에 대유행하여 최대 1억 명을 사망케 한 스페인 독감이나 수차례 유행한 호흡기 전염병과 비교해도 치사율이 낮다.

현재의 의료기술 및 위생 상태는 과거 감염병이 유행했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글로벌 이동의 증가로 인해 감염병의 확산 및 병원체의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 통제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병원체가 계속 출현하고 인수공통전염병이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19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공포라는 두 가지 팬데믹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정 기간 혼란은 있겠지만,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그랬듯이 코로나19를 정복하지는 못할지라도 대처법을 찾아내 통제 가능한 영역에 둘 것이다. 감염에 대한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질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에 대한 공포다.

코로나19 이후 최강대국이지만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미국에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주로 저임금 단순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로 저소득층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중산층에게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는 반면에, 새로운 기술과 사업모델을 갖춘 기업은 엄청난 부를 일궜다.

전염병과 신기술, 두 개의 태풍이 합쳐서 커다란 경제적 위기(퍼펙트 스톰)이자 기회를 만들고 있다. 미국을 덮친 퍼펙트 스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는바, 그 여파는 경제를 시작으로 정치, 사회, 문화 전 방향으로 펴져나간다. 역사에서 봤듯이, 위기는 약자를 먼저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이 우리가 느끼는 공포의 실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위기와 기회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4.15 총선에서 여당에게 무려 180석을 몰아줌으로써 문재인 정부에게 압도적인 힘을 실어준 민심이 무엇이겠는가? 강력한 정치력으로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국가 사회의 모순을 과감하게 개혁하며, 주도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남북 관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가 개혁이 말처럼 쉽겠냐만, 뭐 하나 시원하게 개혁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 불법 승계 사건과 조국 및 김경수 사건에 이어 채널A 사건까지 터지고 있으며, 부동산 대책에서는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가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데, 도대체 정부와 여당은 뭣 하고 있는가?

180석의 힘을 쓰지 않는다면 개혁 의지가 없는 또 다른 적폐요, 쓰지 못한다면 무능함일 뿐이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집행하게 감시하는 정치는 헌법적 가치 범위 안에서 법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권력이다. 보다 바람직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있다면 좌고우면하면서 개혁을 주저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안팎의 사정은 꼬일 대로 꼬인 매듭과 같아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풀어나갈 상황이 아니다.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리면서 급변하는 세계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더 이상 개혁을 미룬다면 미지의 세상에 대한 공포가 개혁 동력을 잠식해버릴 것이다.

무릇 공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나오고, 불만은 현재의 불평등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는 추상같은 법 집행 및 솔선수범을 통한 사자의 위엄과 대중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여우의 지혜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래서는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대비할 수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통해 불확실성과 불평등을 걷어내야 할 마지막 기회다.

총수 일가가 불법과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해야 유지되는 기업이라면, 국가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단죄함으로써 기업 체질을 강화시켜는 게 자본주의적 논리에 부합한다. 기소권 및 판결권을 독점하면서 선출된 정치권력 위에 군림하는 국가기관은 강력한 견제장치를 통해 국민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일삼으면서 국정을 방기하는 국회의원을 즉각 퇴출시키는 제도를 도입해야 대의민주주의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뜯어고쳐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코로나19와 신기술이 일으키는 변화의 파도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을 펼쳐낼 것이다. 적응하면 보다 정의롭고 풍요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적응에 실패하면 소수의 특권층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체제가 흔들리는 혼란의 장이 열릴 것이다.

준비할 시간도 충분치 않은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내 개혁과 주체적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라. 이번에도 개혁에 실패하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