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바둑을 한 3급 이상 넘어서면 지는 맛을 알게 됩니다. 승부에 관계없이 바둑을 두는 과정(過程) 자체에 목적을 둘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둑의 진짜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지요. 져도 좋고 이겨도 좋습니다. 오히려 근소한 차이로 진 바둑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한두 집을 아슬아슬하게 졌다는 사실은 그 바둑의 과정에 있어서 많은 굴곡과 스릴과 고심(苦心)이 있었고, 최선을 다한 땀의 자국이 맺혀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삶의 멋을 모른 채 인생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사람이 내일 행복하리라는 확률은 극히 작은 것 아닐까요?

등산의 기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산 정상에 올라섰을 때도 기쁨을 느끼지만 어렵고 위험한 코스를 오르는 모든 과정에서 수십 배를 느낄 수 있어야 훌륭한 등산가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어려운 훈련의 과정에서 기쁨을 찾지 못하는 음악인이 위대한 음악인이 될 수가 없지요.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은 인생의 모든 부분에 해당된다고 믿습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서 이미 성공을 거두어야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취직되었을 때, 결혼했을 때, 아기를 낳았을 때, 정상에 섰을 때만 행복하다면 평생에 행복한 순간은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의 비결은 결과에 있지 않고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꾸뻬 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이 있습니다.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인데 『꾸뻬』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파리 중심가 한복판에 진료실을 갖고 있었는데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환자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마침내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답을 찾으러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나 자신이 경험한 것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23가지 배움>을 얻고 돌아옵니다. 그가 여행을 통하여 발견한 배움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2.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3. 많은 사람들이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4.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5.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6.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7. 행복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8.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9.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는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알프레도 디 수자’의 글귀가 적힌 카드를 선물하기를 좋아합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의 기쁨은 죽어서 천국에 가서만 받는 것이 아니고, 오늘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시간 속에서도 받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완성된 떡을 먹으려고 입만 벌리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증오를 화해로, 싸움을 평화로, 부조리를 질서로, 불의를 정의로 개조해 나가는 노력입니다. 땀 흘리는 맛, 헤치고 나가는 자부심, 지쳐 쓰러지면서도 한 번 더 일어서는 의지,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말하는 바른 증언, 이런 삶의 과정 속에서 보람을 찾는 사람에게 미래가 약속되는 것임을 믿습니다.

지도자의 죽음으로 어수선한 시국에 미국의 유명 작가 에디스 섀퍼의 말을 다시금 음미해 봅니다. “현실 생활에서 중요한 일은 북 치고 꽹과리 치며 다가오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 만나는 사람,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