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남웅

"사람을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 박사가 사망했다." 1888년 형의 사망을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으로 착각한 프랑스 신문에 실린 '희대의 오보'는 인류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노벨상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전에 자신의 죽음과 죽음에 관한 신문 제목을 접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자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7년 후 1895년 12월 노벨이 사망하며 남긴 유언장에는 '내 재산을 성별 · 국적에 상관없이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상금으로 수여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매년 10월이면 세계의 이목은 스웨덴 한림원으로 쏠립니다.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노벨상의 주인공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1901년 제1회 시상식이 열린 이래, 800여 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한국은 평화상 분야를 제외하고 전무한 상황입니다. 수상이 불발되면 매번 자성과 노력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결실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짙은 아쉬움'을 토해내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과학계입니다. 올 해 한국인 최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로 점쳐졌던 서울대 현택환 교수는 아깝게 수상을 놓쳤습니다. 현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받는다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이후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타는 것으로 수상의 의미가 남달랐지만, 결국 수상이 불발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24번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이 분야에 있어 우리의 기록은 여전히 '0'입니다. 일본이 이처럼 과학 분야 노벨상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초과학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은 노벨상이 처음 수여된 1901년부터 수상자 유력 후보에 세균학자 기타사토가 포함돼 있을 만큼 20세기 초부터 기초과학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었습니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무라 교수는 기타사토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기타사토대학에서 세균을 연구해 노벨상을 탔으며, 이보다 앞서 1949년 '중간자 이론'을 통해 일본인 최초로 노벨상(물리학상)을 받은 고 유카와 히데키 교수의 연구는 1930년대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반면 한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역사가 짧습니다. 한국 기초과학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으로 시작됐고 실질적 투자는 80년대나 돼서야 이뤄졌습니다. 1960년대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전략 일환으로 근대과학을 도입해 산업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매진하였으며, 한국 최초 연구중심대학인 카이스트(KAIST)는 1970년대 초반에야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는 현재까지도 응용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2배 확대'를 국정과제로 삼아 개인 연구자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학계의 전반적인 평입니다. 즉 한국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노벨상 수상자 상당수가 25세에서 35세 사이에 핵심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연구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지속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환경을 만드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택환 교수는 "자유로운 연구비를 통해서 마음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 한다"면서 "특히 "젊은 교수들 중에서 연구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위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저보다 훨씬 뛰어난 후배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현 교수는 제자들에게 좋은 연구를 위해선 창의성 등 과학적 역량 외에 인간성과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성과를 빨리 내야하는 우리나라의 현재의 분위기가 달라져야 합니다. 부디 바라기는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지원 그리고 한 분야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들이 보장되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하여,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의 영예가 머지않아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