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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예술의 개념

(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이래저래 어수선한 2020년 봄, 여름이 지나고 지금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은 특별한 환경을 찾아 잠시 쉬어가는 때가 아닌가 싶다.

만경강과 금강사이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도농의 도시 익산, 지나온 세월을 오롯이 지켜온 고즈넉한 마을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벌판, 번잡한 속세에서 조금은 벗어난 고요한 시골 길,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맑은 자연을 그대로 담은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느리게 사는 삶을 잠시나마 누려보면 어떨까? 한심하고 한가한 소리일까?

삶과 자연의 순간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신경이 곤두서는 한해가 일상화되어 간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린(逆鱗)을 달고 있지 않나 싶다. 누구든 타인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린다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관계로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역린(逆鱗)울 건드렸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는 연초에 다짐했던 희망과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하는 자문 앞에 그 대답은 후회나 반성의 두께만 더해갈 뿐!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며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힘과 자아에 눈을 뜸으로서 자신을 아끼고 이웃을 사랑하며 민주 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과 교양인의 소양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허송세월의 아쉬움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당연한 세월과 생의 흐름을 진지하게 응시하는 지혜의 시간이 절실히 요구된다.

독일의 문호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는 교양인의 자격을 언급하고 있는데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면 매일 좋은 음악을 한 곡 이상 들으며, 시 한 편을 읽고 훌륭한 그림 한 점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괴테가 생존하던 18, 19세기와 현재를 동일하게 비교하거나 우리의 삶을 그 시기, 장소의 기준에 맞추어 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덧붙여 반드시 교양인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점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교양인이 되는 것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음악이나 문학, 그림감상, 공연관람 등 그와 같은 것들은 모두가 사치가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매달려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 있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역시 예외는 아니나 우리는 항상 그와 같은 삶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교육이나 경제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상황을 떠나 누구나 그와 같은 삶을 꿈꿀 수 있고 또 꿈꾸며 살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국가의 수준이고 시민의 수준을 나타내며 개인으로 보면 삶의 품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혹은 다른 모든 것을 갖추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채워야 함이 문화와 예술이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외면상으로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국가가 순차적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문화와 예술의 힘이다. 문화의 힘, 즉 문화력은 문화예술을 접하는 국민들의 시각이자 문화예술을 대하는 국가와 사회의 태도이고, 그것이 그 나라의 수준과 역량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 시각과 태도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을 향한 궁극적인 목표점은 어디일까? 예술은 예술 자체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생활 자체가 예술은 더더욱 아니다. 생활은 영원한 원료이지 그릇은 아닐 것이다. 예술가는 생활 속 고뇌에 깊숙이 잠겨보지 않으면 진정한 예술품을 창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위대한 창작은 고난의 생활속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몇몇이 취미로 둘러앉아서 그리고 몇 번의 놀이 삼아 하는 예술행위들이 진정한 예술이라 말함은 절댈 동의할 수 없다.

천박한 기량과 소견으로는 우수한 예술품을 만들 수 없다. 예술의 이념이라 할 수 있는 탁월한 인품과 교양의 불가결함만이 훌륭한 예술을 예술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술은 삶과 이상, 인간의 순수한 전형을 제시하는 것이다. 작가의 인생과 분리되어 평가될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이나 사상 철학 등 종합적인 안목으로부터 파악, 평가되어야만 한다.

문화는 흐르는 물과 같고 예술은 바닥에 박힌 차돌들과 같아서 영원한 것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일반 문화와 같다고 생각해보라. 베토벤의 명곡들 고려 비색을 자랑하는 청자, 그리고 밀로의 비너스 등등이 고물이나 쓰레기로 처리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생활문화 발달의 혜택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풍요로운 생활의 물질을 제공하겠지만 인스턴트 음식, 게임중독 둥 때로는 심신을 약하게 병들게도 한다. 약을 남용하면 독이 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