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김성중

얼마 전,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 '반얀(Banyan)' 고정 코너에 "한국 대통령은 기본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신발을 양손에 들고 넥타이는 허벅지에 매고 있는 한 남성의 그림과 함께 실렸는데 윤 대통령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칼럼은 "한국인 중 3분의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 많은 이들이 그의 정책, 특히 교육과 경제 정책을 싫어하지만, 그들은 윤 대통령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고압적인 모습을 혐오한다.“며, "무능과 오만함에 대한 인식은 국민과 언론이 윤 대통령을 최악으로 여기게 만든다."면서 "윤 대통령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선택을 결정한 뒤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인데 납세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전가하는 집무실 이전에서 그러지 못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칼럼은 마지막 문단에서 "윤 대통령은 출발이 나빴다. 인기만 없을 뿐 아니라 여당 역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며 "장관을 채울 필요가 있는데, 유능하고 의혹이 없는, 그의 직계라인의 바깥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지지층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조언은 규칙을 깨기 전에 이전의 규칙을 배우라"고 덧붙였습니다.

애석하게도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해왔습니다. 대선 전부터 ‘검찰공화국’ 우려와 부인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검찰 식구’와 학교 동문을 중용하고,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며, 김건희 여사 주변 문제를 아직도 방치하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 날 “국민만 보고 가겠다” 해놓고, 윤 대통령은 지금 국민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60년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만난 검사 출신 정치가들은 대체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똑똑한데 특유한 엘리트 의식이 병폐입니다.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다 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는 자기들만이 고쳐나갈 수 있다고도 합니다. 우물물에 접시를 빠뜨릴 정도의 세계관을 가지고도 겸손하지 못한 정치관이 심히 우려스러울 정도입니다.

법률을 전공한 저로서도 세상 만물의 이치를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으로 해석하는 그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한 접근방법은 극히 제한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아무리 사소한 갈등일지라도 새로운 차원의 타협과 협상이 필요합니다. 협상과 타협능력이 필요한 분야에 조자룡의 헌 칼을 휘두르는 무사가 등장하니 꼴불견이 지속적으로 연출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고 광화문네거리 시위자의 손팻말에 “박근혜, 네가 책임져라”라고 적혀져 있었습니다. 세월호 집회 때 “박근혜 퇴진” 구호가 나오면 시비가 붙곤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최종적 책임이 있다는 사람들과 희생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람들 사이의 언쟁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 촛불광장은 세월호 침몰이 그 누구도 아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박근혜의 책임이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가 갈가리 찢겨 싸우고 있는 것도 바로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이며 사과해야 합니다. 검찰을 더 차갑게 대하고 친구와 동문을 더 멀리하며, 윤핵관이란 사람들에 더 엄격하고 처가 식구들에게 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묻힌 상처는 언젠가 터지고, 사과를 먼저 구걸할 국민은 없습니다. 그 마음에 닿을 때까지, 야당이 맞잡을 때까지 대통령은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이 사과하는 날 대한민국도 다시 움직일 것입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가진 우리 대한민국은 역사의 변곡점마다 아름다운 선택을 해왔습니다. 비록 과거는 흐르고 있지만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반만년 역사의 정의로움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시대는 인물을 원합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멋진 대통령이 그리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