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가끔 거리를 거닐다 병원 건물 앞을 지날 때면 약봉지와 처방전을 양손에 가득 쥐고 병원과 약국 문을 넘나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허리는 굽어져 있고 어깨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지고 가는 사람처럼 무거워 보인다. 그리고 표정은 일그러진 채 전혀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사람들 덕분에 병원은 이 시국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처방전에는 날마다 먹어야 하는 약의 이름과 복용횟수가 빼곡히 적혀있고 정체도 모르는 알약은 그것이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항생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랜 시간을 낫지 않는 신체의 증상과 싸우며 수십 년을 살아왔고 결국은 그 증상을 이겨냈다. 그 시간 동안에 나는 많은 것을 잃어야 했지만 반대로 얻은 것 또한 적지 않다. 건강해지기 위해서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의 질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온갖 처방을 경험해 보았다.

그 결과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아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우선 병원으로 향한다. 그러나 몸이 아픈 이유는 잘 들여다보면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였다.

이 신호를 무시한 채 그저 아프면 바로 약을 먹고 치료를 받다보면 그 순간은 통증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몸은 언제든 다시 돌봐주기를 바라며 또 신호를 보내게 되어있다.
 
사람이 몸이 아픈 것은 거의 모두가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간과한 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밖의 날씨는 살펴봐도 내 마음의 날씨는 살펴보지 않는다. 그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일보다 살아남아야 하는 하루하루의 삶이 흐르다보면 내 마음자리는 돌아볼 새도 없이 어느새 시간은 젊음조차 앗아가 버린다.

사람은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링컨이 한 말이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얼굴이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삶을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다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 어떤 이들은 거센 반기를 들 수도 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치료보다는 치유가 필요한 것이다. 치료는 의술로 가능할지 모르나 치유는 의술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라서 사랑이 없이는 감히 이 귀한 존재를 치유의 장으로 안내할 수가 없다. 또한 누군가를 치유하는 안내자는 그 또한 겹겹이 많은 시간 속에서 고통이라는 이름의 축복을 경험한 사람만이 사람을 치유하는 거룩한 일을 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의 깊은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아낸 신의 예술작품이다. 그 예술작품을 어떻게 다루며 살아갈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언제나 새 해가 밝으면 사람들은 올 해의 목표를 세우고 때로는 작심삼일이 되기도 하지만 잘 지켜내서 뿌듯한 연말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이 아픈 채로 살아왔다면 올 해는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해로 목표를 삼으면 어떨까 한다. 내가 찾고 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 간절함의 크기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진정 나를 찾고 나를 사랑하고 싶다면 삶의 멘토를 찾아 나서야 한다. 오직 그 길만이 내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당신이 몸과 마음이 아픈 채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세상 어딘가 에서는 당신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 도움의 손길을 받을 준비만 제대로 하고 있다면 말이다. 나를 온전히 사랑하는 길만이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늘 하루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정말 내가 나를 사랑하며 살았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