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장

국제 NGO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김영주

지난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를 불교방송을 통해 시청했다. 종정 성파스님의 법문도 들었다. 큰 장엄의 행사는 아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하여 정·관계의 귀하신 분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올해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신 지 2,566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석가모니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인생의 목표를 정하신 분이다. 그것도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하면서 ‘괴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류를 편안하게 해주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밝히었다 하니 대단한 분이 맞다.

그분의 탄생 이야기를 보면 신비하기만 하다. 북인도(현재는 네팔)의 룸비니 동산에서 석가모니는 어머니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을 걸었고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를 외쳤다 한다. 이를 직역하면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삼계가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라는 뜻이다.

보통사람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이다. 우리 민족에도 비슷한 게 있다. 시조인 단군신화에 보면 단군의 어머니는 웅녀라 한다. 웅녀는 쑥과 마늘을 먹어 인간으로 변하였고 환웅을 만나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으니,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신화적인 이야기에는 그럴만한 뜻이 있다. 신화 속 이야기는 그것이 거짓말이냐 진실이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 한다. 그 이야기 속에 어떤 깊은 내막이 숨겨있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석가모니가 탄생 때 마야 부인의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당시 지배적이었던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던 브라만교의 세계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브라만교의 최고신 ‘브라만(Brahman)’이 인간을 창조할 때 승려인 브라만 계급은 자신의 머리로 낳고, 왕족인 크샤트리아 계급은 자신의 옆구리로 낳고, 평민인 바이샤 계급은 자신의 배로 낳고, 그리고 천민인 수드라 계급은 발로 낳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인도 카필라 왕국의 왕자인 석가모니가 옆구리로 태어났다는 뜻은 그가 크샤트리아(왕족)임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만족감을 얻고,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늘 행복과 불행을 되풀이한다. 이것을 윤회라고 한다. 만족감이 극에 달하면 천상(天上)이라 말하고, 불 만족감이 극에 달하면 지옥(地獄)이라 한다. 이 사이를 6등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地獄, 餓鬼, 畜生, 阿修羅, 人間, 天上) 해놓은 것이 육도(六道, 六途)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천상에 태어나기만을 바란다. 기독교인이 천국에 태어나기를 바라듯이 말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육도의 윤회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행복과 불행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윤회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자유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 깨달음이다. 석가모니가 일곱 발자국을 걸었다는 것은 이 육도윤회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석가모니가 부처님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석가모니는 태어나서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했다. 여기서 천상이라는 것은 신들이 사는 세상을 말하고, 천하라는 것은 인간의 세상을 말한다. 신들의 세상은 이상적인 세상, 즉 생각을 일으켜서 만들어 놓은 관념의 세상이다. 인간의 세상은 돈, 건강, 쾌락과 같은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말한다. 석가모니는 관념적인 이상의 세계와 현실적인 물질의 세계로 부터 벗어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요즘의 우리 시대를 ‘자아 상실의 시대’라고 한다.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산다. 돈에 정신이 팔려서, 쾌락에 정신이 팔려서, 권력에 눈이 멀어서, 인기에 영합하다 보니까 자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다. 이런 자아 상실의 시대에 자기를 되찾는 길, 자기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 이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의미이다.

그리고 “삼계개고 아당안지”라 했다. 이 말씀이 불교의 핵심이며, 깨달은 사람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의무사항이다. 삼계라는 것은 이 세상(前세상, 現세상, 後세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석가모니는 깨달아 세상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을 내리고 ‘내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리라(我當安之)’는 인생 목표를 세운 것이다.

불기 2,566년, 세상으로 말하면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이 세상에는 물질적인 절대빈곤의 사람들이 있다. 북한 동포들을 포함해서 세계의 많은 이들이 아직도 먹을 것이 없어서 고통받고 있다.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아당안지’이다. 간단한 질병도 치료하지 못해서 고통받는 사람들, 사람으로 태어났는데도 글을 몰라 제 이름조차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서 글을 읽고 셈을 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일, 환경 파괴적인 행위를 멈추게 해서 환경 재앙을 막는 것, 분쟁이 있는 곳에 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들이 ‘아당안지’이다.

오늘날, 유럽이나 미국이나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나라도 알고 보면 행복하기 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다. 오히려 살기 어려운 동남아 사람들이 더 행복지수가 높다는 통계도 있다. 현실은 하루하루 사는데 스트레스도 엄청 받는다. 부부지간에도 그렇고, 부모 자식 간에도 그렇고, 직장 동료들 간에도 불화와 갈등이 많다. 어느 정도 살만한데도 초조와 불안이 항상 존재한다. 왜 그럴까? ‘삼계개고 아당안지’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 살았듯이 우리도 남을 위해 조금이라도 베풀고 살아야 한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서 부처님이 오신 뜻을 마음 깊이 받아들여 내 가족이든 내 가족이 아니든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좀 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돕는 ‘아당안지’의 삶이 어둠을 밝히는 연등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인생을 가꾸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