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면장

채수훈

- 만경강문화관에서 보석박물관(금마고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1> 중에서.
익산에 자전거 전용도로는 국가하천인 금강과 만경강에 조성돼 있다. 익산역을 기준으로 보면 금강은 북서쪽 19km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용이치 않다. 반면 만경강은 남쪽 3km에 위치하여 시내에 근접해 있다. 시민들은 가까운 후자 자전거 길을 자주 이용한다. 만경강 자전거 전용도로는 완주 고산초등학교에서 익산 목천포를 지나 군산?김제 새만금까지 강변길을 따라 70여km에 조성돼 있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1>의‘만경강에서’말했다.
“만경강은 아직도 파행(跛行)하는 자유의 강이다. 큰 댐이 없고, 하구언이 없고, 시멘트 제방이 없고, 강변도로가 없고, 수중보가 없고, 강가에 갈비 먹는 집이 없어서, 마음대로 굽이치는 유역은 언제나 넓게 젖어 있다. 바다가 수평선 너머로 물러간 저녁 무렵의 하구에서, 강의 크나큰 자유는 아득한 갯벌 위에서 헐겁고 쓸쓸했다.”
이 같은 만경강의 익산지역 자전거 전용도는 완주 경계 춘포 용연리에서 군산 경계 오산면  남전리까지 14km 구간이다. 올해 3월 만경강문화관이 목천포 삼거리에 개관했는데 중간지대이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호남평야를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만경강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전거 라운딩을 만끽할 수 있다.
익산은 왕궁?금마의 마한?백제 세계유산과 옛 이리 일제강점기 근대유산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이 두 공간의 옛 길을 잇는 노선은 자전거 길밖에 없다. 백제 무왕 때 궁터가 왕궁리 유적에 있다. 사비(부여)에서 왕궁에 행차 시 금강을 타고 내려와 만경강 조류를 이용하여 드나들었다. 일제강점기 만경강 직강공사로 갯벌과 습지가 옥토로 변하면서 오늘날 넓은 평야가 되었다. 다행히 그 당시 하천 길은 유유자적하다. 만경강 춘포 끝자락에서 익산천 쪽으로 접어들면 상류 입석교 부근에서 Y자로 갈라진다. 왼쪽은 금마 고도의 옥룡천과 이어지고, 오른쪽은 보석박물관과 왕궁저수지 끝과 잇닿아 있는 왕궁천이다.    
만경강에서 익산천 입석교까지 5km의 제방 길은 포장돼 있다. 입석교에서 익산천을 거슬러 금마저수지 밑 옥룡천까지 8km는 일부 비포장 길이다. 오른쪽 왕궁천은 입석교에서 보석박물관까지 9km이다. 왕궁천정비사업이 2022년 말 완료되면 제방 길이 넓어지고 시멘트로 포장된다. 하천정비뿐 아니라 환경블록, 자연석으로 수변 조성, 생태계 보호를 위한 자연형 여울·어도 등도 적극 시설하고 있다. 자연친화적 친수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한다.
호남평야의 젖줄 만경강을 어머니 가슴처럼 드넓게 품고 있는 익산. 강과 하천을 따라 만경강문화관에서 보석박물관까지 24km가 자연스럽게 포장도로로 이어지면 익산의 새 명소 자전거 실크로드가 탄생된다. 자전거타고 지평선을 바라보며 평탄한 제방 길을 따라 1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같은 익산 명품 자전거 전용도로를 갖추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조건이 있다. 먼저 만경강문화관과 보석박물관에 자전거 길 인증센터와 무료대여소를 설치해야 한다. 국가하천인 만경강에 자전거 길 인증센터가 한곳도 없다. 둘째, 익산천에서 왕궁천과 옥룡천 제방까지 만경강 벚꽃 길과 연계한 가로수를 식재해야 한다. 나무가 터널을 이루면 걷기 좋은 길도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셋째, 하천 길 중간 중간에 쉼터와 전망대를 설치해야 한다. 쉬면서 들판 너머로 미륵산, 용화산, 천호산과 저 멀리 모악산까지 풍광을 깊게 조망할 수 있다.   
또한 넷째, 오직 자전거만을 위한 안전한 전용도로를 구축해야 한다. 평소 농사철에 농기계 이외에는 특별한 차 통행이 없기에 충분하다. 다섯째 익산천 입석교에서 금마 옥룡천 구간의  일부 도로를 포장해야 한다. 익산시내에서 왕궁리 유적과 금마 서동공원까지 자가용이 아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행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여섯째, 익산역에서 만경강문화관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야 한다. 시민뿐만 아니라 철도 자전거 여행객을 만경강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접근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자전거여행 안내지도를 제작하고, 역사문화 관광을 연계시켜야 한다. 만경강과 왕궁천?옥룡천 주변에 만경강문화관, 춘포문학마당, 춘포근대유산, 왕궁리 유적, 보석박물관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김훈 작가는‘자전거 여행2’에서 이 책을“다시, 만경강에 바친다.”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익산 시민은 만경강문화관에서 보석박물관(금마 고도)까지 명품 자전거 실크로드 탄생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예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