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성덕왕 때 불교를 배워 부처가 되겠다고 백월산 무등곡에 들어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각자 암자에 살면서 미륵불과 미타불을 염불하며 지냈다. 하루는 스무 살 가량의 아리따운 낭자가 찾아와 해가 저물었으니 자고 가기를 청하였다. 박박은 절은 깨끗함을 지켜야 하는 곳이라며 낭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부득은 저물녘 깊은 골짜기에 찾아온 중생을 보살피는 것 또한 보살행이라며 낭자를 맞이하고, 산기가 있는 낭자를 위해 짚자리도 깔아주고, 목욕도 시켜주었다.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으로 자신을 맞아준 부득을 미륵존상이 되게 해주었고,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박박 또한 부득의 도움으로 무량수 부처가 될 수 있었다. 「삼국유사」 <탑상> 남백월의 두 성인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요약이다.

여색의 피해 깨끗함을 지킨 박박보다 먼저 부처가 된 부득의 행동에서 우리는 수행이든 공부든 현실의 삶을 버리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진정한 깨달음이란 내가 처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이것저것 가려서는 불가능합니다. 역사의 기술 또한 이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현실의 삶이 괴이하다 해서 버리고 새롭게 만든다면 그것이 어떻게 사실일 수 있겠습니까? 괴이한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그것이 바로 신이가 되는 것이지요. 이게 바로 일연스님이 쓰신 「삼국유사」의 참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