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오랫동안 농경에 종사하며 전통사회에서 살아왔던 우리 조상들은 대를 이어가며 같은 고장에서 오순도순 생활하였다. 대가족 단위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까닭에 그들에게는 치열한 경쟁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워야 할 이해의 대립도 없었다. 이와 같이 평화롭고 한가로운 사회에서 같은 마을의 주민이 되어 오랜 세월을 함께 사는 가운데 그들 사이에는 두터운 정의의 공감대가 생긴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옛날과는 크게 다르다.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사회, 4차산업사회로 접어드는 오늘은 사람과 사람을 융화시키는 따뜻한 정서보다는 사람과 사람을 떼어놓는 거칠고 험악한 감정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평소에 쌓인 친화의 정이 부족하고 그 의식의 밑바탕에는 서로를 경계하고 물리치는 대립의 감정이 깔려 있음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하여 술잔을 나누며 정에 호소하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문제와 갈등에 부딪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풀기도 전에 또다시 새로운 갈등이 다가온다. 문제와의 만남과 그 해결을 되풀이 하는 과정, 이것이 다름 아닌 인간의 삶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권리의 주체가 되며 인격을 가지는 자」 또는 「가장 이지적이고 도덕적 관념을 갖춘 만물의 영장」이라고 사전적 의미로 나타나 있으나 그와 같이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코로나와 사투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이나 소속된 집단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큰소리치는 모습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얼굴 모습이 제각각 다르듯이 마음 또한 천태만상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의 일을 가지고서도 사람에 따라 각기 생각이 다르고 그에 대한 행동도 다르다, 그러므로 어떠한 기준치를 정하고 이거다, 저거다, 옮다, 그르다 하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국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람이 할 일이 있고 못할 일이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문제는 사람이 그만큼 특별한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자기의 할 일과 못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또한 그 일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시적인 명예나 야망을 위해 스스로의 양심을 덮어두고서 못 할 일을 엄연하게 저지르는데 있다.

이는 도둑질이나 강도질을 하는 사람의 행위와 크게 다를게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은 짐승의 일로 고통 받는게 아니라 바로 사람의 일로 고통을 받게 되는 알 수 없는 게 사람인 것이다.

웬만한 대인관계 즉 인화(人和)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생생활은 불화와 갈등으로 가득 차 있다. 불화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나 세상은 불화와 반복으로 발전하고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ㅇ벗을 것이나 지구의 도처에서는 끊임없이 전쟁과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이해관계라 대립하는 곳에는 항상 불화가 있기 마련이다. 반면 교류나 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는 불화나 갈등이 있을 수 없다.

사회적인 갈등이나 불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직·간접 관계에서만 그리고 서로 접촉이 잦을수록 친화의 감정이 생길수도, 갈등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사랑과 미움, 친근과 갈등이 함께 공존하는 복잡한 인간관계는 다양하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정의 하는 사전적 의미 이전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 아닌가 한다.

현대사회의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들의 관계·갈등의 문제는 점점 각양각색, 어려워져만 간다. 현대인은 한 국가, 사회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직간접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들과도 갈등은 더욱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몸에 병을 두고 살아가기가 어렵듯이 사회적 갈등을 그대로 두고 살기는 매우 거북하다. 갈등은 해결을 기다리는 과제이며 바람직한 것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함이 최상이겠으나 현실은 그 와는 반대이며 녹녹치 않다.

병을 고치기 위하여 의술이 필요하듯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요구된다. 병을 고치는 탁월한 의술의 의사를 우리는 명의(名醫)라고 부르며,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탁월한 사람은 우리는 성현(聖賢)이라고 부른다. 명의와 성현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세상이 지금이며 특히나 우리 익산이 그 대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