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전려도는 게와 갈대를 그린 민화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 보면 한 마리 게는 갈대 끝자락을 두 집게로 꽉 부여잡고 있다. 이 그림은 사람들의 바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게의 단단한 등껍질을 보통 갑옷에 견주어 ‘甲’이라고 하지만, 甲은 또한 으뜸이라는 뜻도 있다. 곧 두 번의 과거시험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라는 의미다. 과거시험은 소과와 대과 두 번의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33명에 뽑힌 다음에 최종 순위 시험에서 갑과로 합격한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가 되었다. 또 갈대 로(蘆)는 그 한자음이 살갗 려(臚)와 비슷한데, 려는 장원급제자에게 임금이 직접 내려주는 음식을 의미한다. 그래서 게가 갈대를 꼭 잡고 있는 이 그림은 소과 대과에 으뜸으로 급제하여 임금이 내려주는 음식을 꼭 받기 바란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게는 전진과 후퇴가 분명하고 자기가 갈 길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여 청렴함의 상징으로도 쓰였다. 과거에 급제하더라도 권력자에 아부하지 말고 소신껏 자신의 뜻을 펼치는 청렴한 관리가 되라는 뜻도 있다.

원래 이런 그림은 과거시험을 볼 자제가 있는 집에 축원의 의미로 보냈던 것이다. 또 불교에서는 물고기가 걸림 없는 자유를 상징하지만 민간에서는 화목과 자손 창성을 의미한다. 물고기는 서로 다투는 일이 없고, 알을 많이 낳기 때문이다. 곧 이 두 가지 그림은 가족의 화목, 자손 창성을 바라는 조선시대 일반 백성의 꿈을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