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정족산성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꼭 살펴보는 것은 대웅전 네 추녀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부상이다.

대웅전을 중창할 때 절에서는 그 당시 나라 안에서 손에 꼽히는 도편수를 뽑아 그 책임을 맡겼다. 모든 목재를 손으로 다듬던 시절이라 공사기간도 짧지 않으니 고향에서 멀리 떠나온 도편수는 절 아랫동네의 주막을 드나들다 그만 주모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랑에 눈이 먼 도편수는 공사가 끝나면 같이 살 요량으로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맡기며 미래의 희망에 부풀었다.

도편수는 주모와 함께 살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며 대웅전 공사를 부지런히 진행하여 어느덧 마무리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기쁜 소식도 전할 겸 어느 날 저녁 무렵 한달음에 주막으로 내려갔으나 주모는 바람같이 사라져버리고 자취가 없었다. 낙담한 도편수에게 이웃집 여자가 와서 비수를 꽂았다. “며칠 전에 어느 남정네와 야반도주를 했으니 찾을 생각일랑 아예 마시우”

도편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어쩔 수가 없었다. 당장 쫓아가 두 남녀를 물고 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하던 공사를 내팽개치고 주모를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처지였다. 여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억누르고 공사를 마무리해야만 했다. 그래도 배신하고 달아난 여인에게 벌을 주어야만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도편수는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 처마 밑 네 군데에 벌거벗은 채 손을 들어 무거운 추녀를 떠받치고 있는 여인의 조각상을 배치했다. 남자를 배신한 이 여인은 오고 가는 사람들의 꾸짖음 속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앉아 몇 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벌을 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