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이나 지상에 있는 풀과 나무의 꽃에는 사랑스런 것들이 너무나 많다.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좋아했고, 당나라 이래로는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매우 사랑했다. 그러나 나는 오직 연꽃만을 사랑하리라. 연꽃은 진흙탕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기어도 요염하지가 않다. 줄기의 속은 텅 비우고도 겉모습은 반듯하게 서 있으며, 넝쿨은 처지지도 않고 잔가지도 뻗지 않는다. 그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으며 곧고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 바라볼 수는 있으나 가까이서 어루만지며 희롱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국화는 꽃 가운데 은사라 하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유한 자라 한다면,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고 생각한다. 아 국화를 사랑하는 이는 도연명 이후로는 드물었으니 나처럼 연꽃을 사랑하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모란을 사랑하는 이가 너무 많구나.」 -송나라 때 주돈이의 애련설-

주돈이는 이 짧은 글에서 세 가지 뜻을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사랑할 만한 꽃이 매우 많지만 사람에 따라 좋아하는 꽃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며, 둘째는 자신이 왜 유독 연꽃을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였고, 셋째는 연꽃을 빌려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려는 사람이 적고 부귀를 쫓는 사람이 많은 것을 개탄하고 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지만 또한 선비들이 애호하는 꽃이기도 했다. 송나라의 주돈이는 고결한 성품을 지닌 도학자이긴 하였지만 속세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벼슬살이도 했고, 도가에 대해서도 알았으며, 선종의 영향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은 <애련설>은 짧은 글이지만 후대 유학자들의 연꽃에 대한 인식을 규범 지을 정도로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