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것은 가지고 있기 쉽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은 꾀하기 쉽고, 무른 것은 녹이기 쉽고, 미미한 것은 흩어버리기 쉬우니, 아직 생겨나기 전에 하고, 어지러워지기 전에 다스려라, 아름드리나무도 터럭 끝 같은 싹에서 나고, 구층 높은 집도 흙 한 삽에서 올라가고, 천릿길도 발바닥 아래에서 시작된다. 하는 자는 실패하고 움켜잡는 자는 잃어버리니, 성인은 하지 않아서 실패가 없고 움켜잡지 않아서 잃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을 쫓음에 거의 다 이루어졌을 대 무너지는데 처음과 끝이 신중하다면 반드시 일을 그르침이 없는 법이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욕심내지 않음을 욕심내고 얻기 힘든 보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배우지 않음을 배우고 뭇 사람이 지나쳐온 데로 돌아간다. 만물이 스스로 그렇게 있도록 도울 뿐 일삼아 나서서 하지 않는다.

윗글은 노자의 「도덕경」 64장을 기안이지란 이름으로 옮겨본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것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을 도모하기 쉽다.

아무 형상도 갖고 있지 않은 진흙은 항아리를 빚을 수도 잇고 기와를 빚을 수도 잇다. 이미 어떤 형상을 갖게 되면 그것은 저의 방향대로 나아가려는 기를 갖기 때문에 자유자재함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