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대학교 교수

유 은 미

고대 인간의 문명은 물길을 따라 형성되었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인더스강의 인도, 황허강의 중국문명은 큰 강을 중심으로 문자, 언어, 문화 등이 발달하며 인류의 문명이 발생하였다.

한국의 전통 도시계획에서도 보면 큰 강을 중심으로 무역이 발달하고 강에서 파생된 실개천을 따라 마을과 도시가 형성되었다. 마을 실개천에서는 물을 길어 음식을 하고 빨래를 하는 등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마을의 소통의 공간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유 공간이었다. 유럽의 도시계획 역시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대형 분수를 놓아 메마른 도시에 습도를 제공하고 물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도시를 보면 물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지하수며 상수도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독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도시는 점점 뜨거워지고 길 위의 생명들은 물부족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세련된 기술로 비가와도 물웅덩이는 생기지 않으며 재빠르게 스며들어 많은 비가와도 거리의 물기는 유지되지 않는다. 설령 작은 물웅덩이가 생기더라도 재빠르게 보수되어 물이 고여 있지 않는다.

이렇듯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물을 점유하고 독점하기 시작하였다. 길 위의 고양이는 물부족으로 인한 신부전증으로 가장 많이 죽으며 새들은 목욕으로 체온을 낮추지 못해 열사병에 걸리기도 한다.

유럽에서 공원을 구성할 때 급수대를 꼭 만든다고 한다. 이는 인간을 위한 것도 있지만 숲속의 다람쥐, 참새 등의 함께 공존하고 있는 동물들이 사용 한다는 전제하에 급수대 설치와 디자인을 한다고 하니 그 배려와 공존의 의식이 부러울 따름이다. 작은 공공시설물에서도 다른 생명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배려는 우리에게는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민족보다 나누기 좋아하고 길가는 나그네에 물 한바가지는 스스럼없이 먼저 건네던 민족이었다. 나무 열매를 수확하더라고 새가 먹을 양은 남겨놓았으며 길 위의 동물 또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소중히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다 보니 동물 입장에서는 물을 독점하고 있는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느 한 유튜버는 작은 연못실험을 했다. 다양한 환경에 작은 생수통을 잘라 물을 담아 놓았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것을 관찰하였다. 작은 샘물의 변화는 놀라웠다. 새들이 목을 축이고 목욕을 하는 등 바깥 생명들에게는 말 그래도 생명수가 되었다. 몇 리터 안되는 물의 변화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어 영상을 보는 내내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던 동요에는 이런 것이 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그렇다면 숲속의 다람쥐, 토끼, 참새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샘물은 어떻게 만들어 나눌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실개천을 복구하고 인위적인 연못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설비용 뿐 만 아니라 관리에 있어서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충, 수질 관리, 이와 관련된 각종 민원 등 실개천을 갖는다는 건 많은 부분의 노력과 성숙한 인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 실개천이 주는 효과는 경제적인 것 그 이상일 것이다. 이는 급하게 하는 것보다는 서서히 보완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 내야할 문제이다. 그러면 물을 지금당장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조건 없이 주었던 물 한 바가지처럼 다양한 생명을 나그네라 생각하고 물 한바가지를 매일 나눠주면 어떨까? 내 집앞 물 한바가지가 작은 생명들의 거점 샘물이 되고 생명을 이어나가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물 한 바가지가 아름다운 동요처럼 우리의 도시가 인간과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변화의 기점이 되기를 바래본다.

물은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유하는 공공재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