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前 익산경찰서장

김 성 중

고 송상규 선생(초대 익산문화원장)이 익산 지역에서 40여 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수집한 4천662점의 유물이 지난 2018년 6월에 자제인 한국교원대 송호정(역사교육과) 교수를 통하여 충청북도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기증된 유물은 청동기, 석기류를 비롯해 기와류, 토기류, 도자기류 등의 고고 미술 유물과 고문서류, 서화류, 생활 민속유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으며 개인이 수집한 자료로는 그 양이 많고 희소가치 높은 유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역사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 유물 중 대표적인 것은 B.C. 9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거친무늬거울(粗紋鏡), 조선 후기 최고 명필 중 한 명인 원교 이광사의 서첩 '원교필첩(圓嶠筆帖)', 1672년 현종이 김제 군수 송창에게 하사했던 내사본(內賜本) '근사록(近思錄)' 1질, 1904년부터 1907년까지 발행된 대한제국의 '관보' 27권 등이 있다. 이 중 거친무늬거울은 청동기시대 전기에 제작, 사용된 청동거울로 다뉴조문경이라 불린다. 중국 거울과는 달리 두 개의 꼭지가 한쪽에 치우쳐 있고, 뒷면에 다소 거친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송상규(宋祥圭, 1929~1998) 선생은 향토사학자로 익산시 왕궁면 출신이다. 호는 상산(常山)이며 원광대를 거쳐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1954년 익산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이래 익산고등학교 교사, 교감을 역임하면서 1960년대 초에 익산 고적 보존회 창립에 도움을 주었고, 1984년에는 사단법인 익산고적선양회(益山古蹟宣揚會)를 창립, 회장을 역임하면서 <익산문화> 3집을 발간했다. 1973년 이후 전북 지방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냈고, 1991년 익산문화원을 개설하여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논저로 <왕궁 평성에 대한 고찰> <견훤의 완산 입도설에 대한 고찰> 등이 있고 편찬한 책으로 <미륵산의 정기>가 있다.

기증자인 송 교수는 "유물 기증으로 만감이 교차하지만,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이 평생 교직에 몸담으셨던 선친의 뜻을 기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뜻을 존중하여 교원대 교육박물관은 2018년 10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19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기증유물특별전 ‘상산 송상규의 金馬(금마)’를 개최한 바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유물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증된 익산유물은 고향의 품으로 환수되어야 한다.

첫째, 향토사학자인 송상규 선생의 뜻을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다. 먹고살기 바쁜 시절, 익산의 고적 보존을 위하여 평생을 바친 향토사학자인 송상규 선생께 지역 후손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선생의 혜안과 의지가 있었기에 사라질 수도 있었던 익산의 4천662점의 유물들이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기관에 유물을 기증한 송 교수의 깊은 뜻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의 역할이 소중한 이유이다.

둘째, 우리 익산도 이제는 지역 유물을 보관하고 보존할 능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였다. 올해 1월 10일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이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한 것이다. 금마면에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산하 국립 박물관 13개(경주, 전주, 부여, 진주, 김해, 춘천, 광주, 대구, 공주, 청주, 제주, 나주, 익산) 중의 하나이다. 미륵사지를 비롯하여 익산, 군산지역에서 출토되는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주로 백제 시대의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셋째, 2천 년 왕도의 역사 속에 금강과 만경강을 남북으로 보유한 익산은 고조선, 마한, 백제, 보덕국 등 고대 역사의 중심지였으며 백제 시대에는 동북아의 경제 중심이었다. 미륵사지와 왕궁리는 유네스코 백제 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 국립익산박물관에 탄생하였다. 기증된 익산 유물은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익산은 금마 미륵산을 토대로 역사 문화 관광도시로 성장해야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