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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자존감을 찾아주는 문화정책

(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지도 어언 6개월을 넘기면서 이제는 일상화된 듯하다. 바뀐 생활습관이나 경제·문화에 대한 정책이나 사고 등이 완벽하게 정착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적응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말한다 “자연조건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는 문명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며, 문명을 일으킨 자연환경은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가혹한 환경이었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자연환경이 좋은 나라는 늘 발권에서 뒤처졌다는 이야기다. 고대문명과 세계 종교의 발상지가 모두 척박한 땅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토인비는 가혹한 환경에 성공적으로 응전한 사례로 이집트, 수메르, 미노스, 인도, 안데스 중국 문명 등을 들고 있다. 이들에게는 이론상 세 가지의 선택이 있을 수 있었다.

그곳에 남아 기존의 수렵생활을 영위하면서 연명하거나 그 자리에 남아있으되 수렵생활 대신 유목이나 농경 생활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거나 거주지역과 생활방식을 모두 바꾸는 셋 중 하나였다.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택했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운명이 갈렸다.

그 자리에 남아 안일하게 조상들의 방식대로 수렵생활을 계속했던 부족은 오래가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생활방식을 바꾼 부족은 아프리카, 스텝 지역으로 옮겨가 농경과 목축을 선택한 부족들은 마침내 찬란한 이집트 문명과 수메르 문명을 이루었던 것이다.

국정이나 도정, 우리가 몸담고 있는 기초단체인 시정에 있어서 문화정책이란 무엇이며 쉽지 않은 분야로 보여진다. 정책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결과가 나올 확률도 낮고, 단기간의 성과로 장기적인 성패를 판단하기란 더욱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된 철학일 것으로 확신해본다, 오늘 우리 익산의 문화정책을 포함, 전라북도의 문화정책 속에서 근본적인 기초를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정책의 성과를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책 방향을 만드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비전속에서 문화정책을 세우고 구현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는 구성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자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문화정책에서는 정부가 바뀌고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추진 가능한데 전제가 가 뒤따라야만 한다.

문화예술을 결코 단기간에 변화와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낼 수는 없다. 문화예술의 생태계는 창작자와 향수자가 양립해야 만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오늘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들은 예술가들의 창작 측면에 지원,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다양하게 즐기고 사랑하는 향수자들이 부족하다면 이는 결국 공적자금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결국은 문화예술의 수요자 중심의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은 다양하며 복잡하다. 각종 문화행사와 축제들이 시 전역에서 펼쳐진다 해도 그들의 일상에 문화가 진입하지 못하면 결국은 우리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민주주의로 변화하고 있는 요즘 시민일상 가까이에 작지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가 많아야 한다. 또한 작은 문화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민의 생활공간 속에 구현되어야 많은 시민들 특히나 시간적 여우가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더욱 소중한 문화경험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주도적 역할은 민간에 위임하고 시정은 민간의 문화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해주는 소극적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예술인들이 자유스럽게 창작생활을 하고 시민들이 언제든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그들의 생활 전반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문제점들을 개선해 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문화정책은 경제적, 산업적 가치가 아니라 인복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실현되어야 한다.

문화는 부분적 영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능의 영역도 아니다. 그러나 문화로 인하여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사회 전반에 관한 시스템이 바뀌기도 한다. 이제 우리 익산의 문화정책은 시민의 자존감을 찾아주고 그들의 일상 속 작은 변화를 통하여 문화수준을 높여 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