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 성 중
5월 초, 어버이 주일을 맞아 익산 북부시장을 찾았다. 마침 장날이었다. 익산 북부시장은 지역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으로 4일과 9일장이다. 힘겹게 주차를 하고 도로 입구부터 펼쳐진 난장에 들어서니 괜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동행한 아내가 옆구리를 꾹 찌른다. 언제부턴지 흥얼거리는 소리를 싫어하는 아내를 이해는 할 순 없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언제 시간 내서 따져 봐야겠다’라고 혼자 결심하는 순간, 싱싱한 채소와 과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내의 화사한 웃음을 배경으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상추, 돼지고기, 오징어, 고등어, 애호박, 명란젓, 가래떡 등등,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은 모든 물건이 신선하면서도 없는 게 없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눈에 확 띄는 문구. ‘개고기 팝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여름철 복날이 되면 보양식을 먹는 풍습이 있다. 흔히 이를 '복달임'이라고 하며 삼복(三伏)에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을 말한다. 먹을거리 자체가 넉넉지 않던 시절, 기운은 없고 입맛은 떨어지다 보니 고기를 챙겨 먹고 힘을 내 무더위를 견딘 데서 비롯되었다. 복달임 음식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오래된 복날 음식으로는 팥죽이 있고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소고기와 얼음을 하사하기도 했다. 일반 백성들은 구하기 쉬운 개고기나 닭고기를 먹었는데 오늘날 이들이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가 된 것도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료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개고기 식용 습관에 대하여 찬반 논의가 활발하다. 단순히 식습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 민족이나 타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에서 한국의 개고기 식용 습관을 보아야 하며 개고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개인의 음식 취향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은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동물'인 개를 먹을 수 없다고 하면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과 달리 개고기 외에도 다른 육류가 충분한데도 개고기를 먹는 습관은 악습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개의 식용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관점에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애완동물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소유물이 아니라 반려자로서 대우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보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개의 식용이 활발하던 중국이 개를 가축에서 ‘애완동물’로 재분류하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중국 선전 지역은 공식적으로 고양이와 개고기 식용을 금지했다. 이유는 분명 윤리적인 사유지만 코로나19로 대두된 위생 문제도 한몫했다고 판단된다.
어떤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지, 어느 정도 선에서 고기 먹는 것을 금지해야 할지를 규범이나 법률로 명확히 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사정으로 개고기 식용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반복적인 논란을 통하여 동물생명과 삶에 대한 깊이와 폭을 넓혀나가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
첫째,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의 본성을 철저하게 억압하는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점차적으로 자연농법으로 전환하여 ‘동물복지 인증제’와 같은 제도를 확장하여야 한다.
둘째,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필요 없는 실험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동물실험의 '3R 원칙’(Refinement, Reduction, Replacement)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유럽연합처럼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화장품의 전면 판매금지 조치를 발효할 수도 있을 것이며, 선언적인 의미에 머물러 있는 동물권, 동물 윤리 문제 및 동물보호법 등의 실제적인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개고기를 먹는 관습도 오늘날 기준에서 논란이 많은 것이라면 역사 속에 묻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먹을 것이 비교적 넉넉하고 영양 섭취가 과도한 오늘날 구태여 개고기를 복달임으로 고정해서 먹을 이유가 없다면 동물복지는 물론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적정한 먹을거리로 대체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