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교회 담임목사

강 남 웅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다. 6.25전쟁 당시 16개국에서는 전투 지원을, 6개국에서는 의료지원을 통해 한해 195만7733명의 참전용사가 낯선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이 가운데 3만7천7902명이 전사하고 10만3460명이 다쳤다. UN 참전국 22개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여긴다고 한다.

정부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22개 UN 참전국의 참전용사에게 코로나19 감염예방과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마스크를 지원하고 있다. 참으로 잘한 일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모든 나라가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참전용사들을 울컥하게 한 마스크 보은으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엔군 참전용사의 평균 연령은 약 88세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의 나이로 마스크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마스크를 받은 참전용사들은 자국도 잘 언급하지 않는데 한국은 70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를 잊지 않고 있다며 감동의 반응들을 보내고 있다. 22개국의 유엔 참전용사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통해 70년 전 그 낯선 나라를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참전용사 미셸 오즈왈드는 정부가 마스크를 배포하기 전에 한국의 마스크와 감사 편지가 10,000 킬로미터를 날아와 자신의 앞에 먼저 도착했다며 큰 감동을 받았다. 벨기에의 타이스 소장은 부친이 6·25 참전용사인데 "한국전 참전용사인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자랑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참전한 뉴질랜드의 프랭크 버틀러는 전투 중 머리 뒷부분과 목을 다쳐 오랫동안 불편한 생활을 했지만 한국의 놀라운 발전상과 보은 마스크를 통해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한다. 황제가 직접 자신의 근위대원 6000명을 보내 121명의 전사자와 536명의 부상자를 냈던 에티오피아의 참전용사들도 7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기억해 주는 한국의 보은에 대하여 마음으로 감사를 표한다. 태국 참전용사 타이 민뜨리 역시 한국 마스크가 제일 좋다며 사의를 표했다. 태국은 6·25 전쟁 발발 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참전했다.

이 사업은 6.25전쟁 70주년 사업 추진 위원회가 추진했다. 정부와 민간합동으로 구성된 위원회인데 10주년마다 기념행사를 가져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대규모 행사를 기획했다. 평균 나이 88세가 된 참전용사들의 나이를 고려한 것인데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생겨 참전용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해외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던 위원회는 참전국 가운데 역설적으로 이탈리아 같은 의료지원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70년 전 의약품은 물론 의료 인력마저 부적했던 나라가 이제는 K-방역으로 주목받게 됐고, 의료물품을 지원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물품으로는 ‘마스크’가 선정되었고 참전국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고령의 유엔 참전용사에게 마스크 지급이 매우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지원 규모는 100만 장으로 결정했다. 참전용사는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50만 장, 그 외 벨기에와 태국, 에티오피아 등 21개국에 50만 장이 참전 인원 등을 고려해 배분했으며 수송 작전에는 공군 수송기와 외교 행랑이 동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육군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미국은 다정한 기부와 너그러움에 대해 한국 측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로버트 윌키 미 보훈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마스크 선물은 70년 전 전쟁 시기에 다져진, 한미 양국의 깊고 지속적인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지원하는 마스크는 한미 동맹과 미국 참전용사들의 노고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은 한국 국민들의 감사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해마다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등 70년 전 참전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마스크 수급 상황도 호전되면 참전국에 대한 추가 지원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훈의 달 6월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업적을 기리고 유가족과 시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나 70년 전 낯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신 모든 분들을 기억해야 한다. 몇 장의 마스크와 감사 편지이지만, 부디 참전용사 분들이 후손들에게 젊은 시절 자신의 선택을 명예롭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 또한 더 발전되고 성숙한 나라를 이루어 세계와 인류에 기여하는 날들이 펼쳐지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