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학박사

김 성 중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큰 생명의 아들과 딸이니 그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을 뿐 당신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당신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소유는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어도 당신의 생각까지 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그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지만, 그들을 당신과 같이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철학자이자 시인인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의 한 대목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제기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집 교사나 아이 돌봄 종사자가 아이를 때리거나 밀치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러한 학대 영상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전체 발생 건수의 5퍼센트에 불과하며, 아동학대 신고 건 수의 80퍼센트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85퍼센트도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가해자는 대부분 친부모였다. 아동폭력 예방교육은 아동에게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교육하지만, 아동학대 가해자의 단 1퍼센트만 낯선 사람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인지 아동학대가 전년 대비 13.8%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천안에서는 계모에 의해 여행 가방에 7시간 동안 갇혔던 9살 의붓아들이 사망하였다. 학대·치사 사건 발생 한 달 전 이미 경찰에 신고가 된 가정으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가정 방문, 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모니터링 중인 상황이었지만 끝내 비극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창녕에서는 온몸이 멍투성인데다 화상까지 입은 아홉 살 여아가 발견됐다. 계부와 친모의 상습 학대에 도망친 아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범죄별로 어떤 게 더 나쁜 범죄인지 따질 생각은 없지만, 아동학대는 한 아이의 인생과 그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러한 아동학대는 어떠한 징후를 보일까.

첫째, 방임아동은 영양 불량으로 신체가 허약하거나 ‘성장 장애’를 보이고 몸이나 옷이 더럽고, 머리 모양이 단정치 못하며, 계절이나 날씨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닌다. 배고프다고 말하면서 간식이나 점심을 더 달라고 하고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채 등교하며, 지각을 자주 하고 아무 연락 없이 결석하기도 한다.

둘째, 신체학대를 받은 아동은 외상으로 두개골 골절 및 복부·흉부·고막 파열, 열창, 화상, 시력상실, 치아·사지 골절, 담뱃불 화상 및 상처, 할퀴거나 깨문 상처 등이 있다. 학대받은 아이들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살기가 싫다고 하며, 화가 나서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다고 한다. 등교거부, 학습부진 등의 행동장애를 보이기도 하며 두통, 식욕부진, 호흡곤란, 말더듬, 복통을 호소한다.

마지막으로 성 학대를 받은 아동은 복부 통증, 구토, 외음부의 출혈 및 상처, 인두 감염, 성병 등이 나타나기도 하며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나 증가를 보이고, 수면장애, 강박적인 자위행위, 조숙한 성적 놀이 등을 한다. 또한 퇴행, 배변 훈련의 실패, 잦은 목욕, 원인 없이 울거나 집안에만 머물려고 하고, 우울증을 보이고 무단결석이나 가출을 하고, 자기 파괴적 행동과 성에 관한 부적절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아동학대는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다. 피해자들은 수치심 불안감에 시달릴 뿐 아니라 자살 충동마저 느낀다. 자녀들에게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집안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학대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논리는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 부모의 폭력을 보거나 아동학대를 당하는 자녀들은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담 치료를 받는 등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조차도 그 상황에 적응돼 무기력해지거나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아동인 경우에 가정폭력을 보고 듣는 이웃 등 주변 사람들이 112에 신고하거나 여성 긴급전화 1366에 상담하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가 되면, 관할 지역 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와 관련된 조사를 하게 되고 분리나 가정보호 등의 조치 이후, 아동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례관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