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지회장

김 영 규

대문호인 통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족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족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라고 적고 있다.

나는,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아니면 불행한가?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가? 만일 불행하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각각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니.

먹음직한 물고기를 잡으려면 물고기가 사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가야 하듯이 행복을 얻으려면 정확하게 행복이 있는 곳을 찾아 그곳에서 행복을 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행복의 조건을 갖추기에 적합한 길을 따라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길을 따라 행복을 추구하는지?

우리들 모두는 각자의 걷는 길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복을 얻고자 하는 길이 비슷한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다.거액의 돈을 버는 길에서, 권력과 높은 지위를 지향하는 길에서, 호화로운 물질생활과 향락을 통하여 행복을 얻고자 하고 있다.

금권, 즉 금력과 권력, 그리고 향락은 서로 맞물려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거액의 돈이 있으면 세도의 길에 들어서거나 세도가를 매수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권력이 막강하면 돈을 긁어모을 수도 있는 것이 오늘의 세태가 아닐까?

또한 금력이나 권력만 강하면 향락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저절로 열리는 사회 형태이니, 대로변이나 뒷골목 등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값비싼 향락의 손길이 우리를 부른다.

1945년 해방과 얼마 후 발발한 6·25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가난과 고통은 계속되었다. 국민들의 노력에도 가난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시절이 계속되자 1960년대 중반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를 앞세워 열심히 일하면 배고픔과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국민을 독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잘 살게 되었으니.

오늘날은 ‘개돼지처럼 잘 살면 뭐시여! 사람답게 잘 살아야지’ 하면서 당시의 먹고사는 생존문제는 잊은 지 오래되었다.

언행의 차이, 즉 언어의 세계와 행동의 세계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또한 호화롭고 사치스런 소비생활을 공공연하게 찬양하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소하고 근면한 생활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와 같이 주장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실천의 단계에서는 돈과 권력의 유혹에 넘어가고 검소·근면하기보다는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의 길로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게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 풍조에 떠밀려 가고 있으니, 언행이 일치하지 않음이다.

대부분이 말하기는 돈이나 권력보다 인격이나 학식이 더 소중하다고 주장하며 뇌물을 받아 부를 얻는 것보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결백과 명예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전통윤리가 그와 같이 가르쳐 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전통윤리를 무시하는 젊은 층에서는 공공연하게 금권의 가치를 찬양하고 향락의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행동의 세계에서 돈과 권력 또는 향락을 학식과 예술, 인격보다도 더욱 강하게 추구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가 금권 또는 향락을 좇도록 부추기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 1인 국민소득 3만달러를 능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존문제는 해결, 절대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이 문제인 시대에 살며 경제성장만을 강조하다보니 실업이나 빈부격차, 정신적 문제 등은 뒷전으로 밀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UN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160개국 중 57위 정도이며 점수로 하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이고, 삶의 만족도는 30위 정도로 후진국 수준이다. 특히나 청소년 행복지수, 출산율은 최하위이고 자살율은 13년 동안 OECD 국가 중 1위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이 기초이며, 정신건강의 밑바탕에 있는 문화예술의 역할과 문화예술이 주는 행복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