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6%의 유권자가 참여한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했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여당에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63석,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17석, 총 180석을 몰아줬다. 반면에 미래통합당은 103석으로 쭈그러들었고, 유일한 원내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6석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은 명백했다. 정부와 여당에게 코로나19 사태 및 심각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집권 후 지지부진했던 국가 개혁을 완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또한 제20대 국회 내내 정부 여당의 발목잡기와 장외투쟁 등으로 민생을 도외시한 야당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이번 총선만큼 여야의 선거 이슈가 없었던 적도, 보수언론의 프레임이 안 먹힌 적도 처음이다. 여당을 위협했던 조국 사태와 경제 위기 상황을 코로나19 사태가 단숨에 빨아들였다. 정부 여당의 무능함만 주구장창 외쳤던 야당과 보수언론의 정권심판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외국 주요 언론 및 국가 정상들의 호평으로 깨져버렸다.

30%의 보수 지지층과 20%의 부동층이 언제나 존재하는 현실에서, 나는 선거 초중반까지 여당이 130석 내외로 지역구 과반에서 승리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163석을 석권하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임기 중반을 넘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5%를 넘어서고 있지만, 선거 초반 여당 지지율은 40% 초반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이 박근혜 탄핵 이후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제대로 존재감 한 번 드러내지 못했지만, 여당 또한 주요 정국마다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나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처럼, 선거 중반 선거판을 일거에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미래통합당 막말 3총사, 특히 차명진 후보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선거 사상 초유의 핵폭탄 급 막말을 거침없이 자행했다. 그것도 여성 후보를 상대로 TV 토론 중에 했고, 사과와 사퇴는 고사하고 당당한 모습까지 보였다.

중요 인물도 아닌 이들의 망언 몇 마디 때문에 야당이 몰락했겠냐만, 이들의 망언이 그동안 보수 야당에서 엄청나게 모아둔 막말 폭탄 더미에 불을 붙인 걸로 보인다. 그동안 보수진영은 일제 만행에 대한 역사적 평가, 독재 정권 및 부패정권 비호, 해묵은 색깔론, 5.18 광주 민주 항쟁 왜곡 및 폄하, 세월호 사건 비하 및 진실 규명 외면 등 역사적 사건마다 보편적 국민 정서와 다른 막말들을 쏟아냈다. 첩첩이 쌓였던 막말들이 이번 막말 사건으로 인해 대폭발했다.

이는 4.15 총선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위 야당 후보들 중 과거 화려한 막말을 자랑했던 후보 중 영남에서 출마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낙선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엎치락뒤치락했던 수도권 여러 곳에서 박빙의 차이로 여당이 승리한 지역이 많음을 보면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얻은 180석, 정의당 6석, 열린민주당 3석, 도합 189석의 의미는 실로 막대하다. 범진보 계열은 국민들로부터 개헌을 제외한 입법부 전반을 지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과거 DJ가 83석의 의석을 딛고 민주적 정권교체 기치를 내걸었던 것처럼 야당이 정부 여당의 실정을 틈타 큰 대의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한, 여당에 대한 견제가 힘든 구도로 의회 권력이 재편됐다.

막강한 힘을 쥔 여당은 이제 코로나19 사태 및 경제 위기 극복, 국가 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엄청난 기대를 짊어지게 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여당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반드시 위기 국면을 성공적으로 돌파해야 한다. 기껏 소 잡는 칼을 쥐여줬더니 닭 몇 마리 잡고 우왕좌왕하는 무능함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혹독한 심판을 받고 몰락한 야당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은 차치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죄를 짓게 될 것이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막말로 선거판을 흔들었던 차명진 후보가 32.5%를 얻었고, 수도권 야당 낙선자 대부분이 얻은 40% 중후반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두고두고 되새겨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보수층 40%에 스윙 보터 11%가 더해지면, 2년 후 대통령 선거와 4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밥을 하늘로 삼고 오만과 불의를 못 참는 민심은 상황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바뀐다는 세상 이치를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게 고하노니, 4.15 총선 승리는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승리가 아님을 명심하라. 묵묵하게 위기를 수습해온 대통령과 정부의 승리이자, 무기력한 막말 야당이 거저 갖다 바친 승리임을 잊지 말라.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약소 정당을 쥐어짠 결과로 얻은 승리임을 기억하라.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요, 교자 필패라! 엄청난 국가권력과 무한 책임을 위임받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이다. 절대 권력이 갖는 절대 부패를 경계하고, 국회보다 수준 높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기혁신부터 힘쓰면서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 서라.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이요, 대인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고 소인은 말만 앞서니, 거대 여당으로서 각별히 말조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