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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마음, 친절

국제NGO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김 영 주

어느 비바람 치던 날 밤, 필라델피아에 있는 여관에서 한 노부부는 머물 곳을 찾고 있었다. “웬만한 여관이나 호텔은 다 사람들이 꽉 차 있군요. 우리가 들어갈 방이 있습니까?” 노인이 물었다. 안내인은 마침 이 도시에 세 개의 큰 총회가 모이는 관계로 빈방이라곤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알려 주며, “객실은 모두 다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밤 한 시에 이렇게 비 쏟아지는 거리로 당신들같이 나이 든 부부를 쫓아내고 싶지는 않군요. 누추한 제 방에서라도 쉬었다 가시면 어떨까요? 제 걱정은 안 하셔도 좋습니다.”

다음날 아침 노신사는 방 값을 지불하면서 그 안내인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호텔 주인이 될 만한 사람입니다. 언젠가 내가 당신에게 그런 호텔 하나를 지어 드리겠습니다.”

안내인은 웃어넘겼다. 그리고 2년 후, 비바람 치던 날 객실이 없어 안내인의 방에서 묵었던 그 노신사의 뉴욕행 왕복 기차표와 초청장을 받았다. 노신사는 거대한 도시 뉴욕에서 그 젊은 안내인을 데리고 5번가 34거리로 가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새로운 빌딩을 가리켰다.

“저것이 바로 내가 자네에게 운영해 보라고 지어 주는 호텔일세.”

벼락에 맞은 듯이 그 젊은 안내인은 땅에 꼿꼿이 서 버리고 말았다. 그에게 은혜를 베푼 그 노신사는 바로 거부 장자 윌리엄 왈도르후아스톨이었다.

친절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덕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한 태도는 받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친절과 호의를 적절히 잘 베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친절을 처세의 수단으로 베푸는 경우도 있고, 또는 친절이 과해 적절한 선을 넘기도 한다. 진리를 실천하는 분들은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마음과 태도로 대할까? 소태산대종사(원불교 창시자, 이름 : 박중빈)가 당시 익산군 신용리에서 교화를 펼치던 때 한 승려가 왔는데, 친히 응접을 하며 화장실까지 안내하는 모습을 보고 제자가 “그렇게까지 하실 것 뭐 있습니까?” 하자 “응 그래야 한다.”고 하며, 끝까지 친절히 대한 일이 있었다. 승려는 돌아가서 “과연 생불(生佛) 님이다.”라고 선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제자 김대거는 “참 수도인은 무아(無我)의 심정으로 친절을 베풀어야 교화가 된다.”고 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事事佛供)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부처님이니 일마다 불공들이듯이 행하자는 뜻이다. 내가 존귀하듯이 남도 존귀하다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뜻과 통한다. 해월 선생은 “사람이 바로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라.”고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부처님이고 한울님이다. 그러므로 남 앞에서 오만하거나 불손해 할 수 없다. 자존심을 세울 것도 없다. 계산기를 두드릴 일도 없다.

부모 자식 간이나 직장 상하관계 등 지도해야 할 위치에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이 부처님이고, 부하직원이 부처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억지로 위엄을 찾으려 하다 보면 경직되거나 권위주의에 빠지기 쉽다. 권위주의에 빠지면 갑질의 형태로 나타난다. 전 부하직원이 인터넷 댓글에 상사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썼다 해서 그 직원을 불러들여 손찌검을 한 회사 회장의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다. 위협적인 언사와 폭행으로 다시는 회사나 상사를 얕보지 못하게 하려는 보복적 과시였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가 된 그 회장은 구속되었다. 모시고 섬겨야 할 부처님에게 폭력을 행사한 결과로 인간적인 굴욕, 물리적 고통을 가한 대가였다. 참으로 밝은 세상이고 무서운 세상이다.

누구든지 친절하고 공손한 태도로 대하되 시비는 분명히 가려 취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힘은 깊은 수행과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복지시설에서는 클라이언트들에게 대인관계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회복귀를 위해서 대인접물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나 각 직장에서도 친절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친절은 이제 우리 사회 인류들에게 기본적 양심이 되었고, 특별한 가치로 형성되었다.

친절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대가가 아니라, 도우미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도움받는 사람의 유익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하였고, 니체는 친절과 사랑을 “인간관계에서 가장 치료적인 약초와 물질”로 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