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애

오래 전에 내가 알고 있던 젊은 목사님이 있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가던 중에 어느 날 갑자기 아내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그때 아들은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였고 그 역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혼자서 이겨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라면 흔히 자신의 삶을 비관하거나 아니면 왜 신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넋두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택한 것은 원망과 불평이 아닌 감사였다. 어린 아들 곁에 함께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머물 집이 있음에 감사했다. 또한 해야 할 일이 있음에 감사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고 무럭무럭 잘 자라서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목사이자 동기부여 연설가인 닉 부이지치는 양쪽 팔과 다리가 없는 신체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전 세계를 돌며 희망을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간호사들은 모두 울었고 그의 어머니는 그를 받아들이기까지 넉 달이 걸렸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해 10살 때 삶을 포기하려고 했으나자신의 삶이 다른 이에게 어떤 영감을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침내 극복을 해냈고 그는 결국 미모의 아내와 결혼까지 해서 네 아이의 아빠가 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도 역시 자신에게 없는 팔과 다리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고 수술이라는 방법으로 분리해 낸 두 발가락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삶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평범했던 한 여대생은 어느 날 갑자기 음주운전을 하던 자동차와 사고가 났고 차에 불이 붙어 폭발하기 직전에 생명을 건졌지만 그녀의 온 몸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예뻤던 얼굴은 이그러지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수없이 많은 날들의 고통이 있었지만 그녀는 결국 거룩한 신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감사로 돌리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현재 한 대학의 상담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가 바로 방송에 여러 번 등장했던 이지선 교수이다. 그녀가 한 번은 방송에 나와서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만약다시 사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찌 할까를 물으니 그녀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라는 뜻의 영어 단어는 다른 말로는 선물이라는 뜻이 된다. 그녀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선물로 여기며 사는 방법을 사고 이후로 터득한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수없이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아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그 안에는 어느 한 가지라도 감사할 일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여기서 누군가는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일을 한 번 겪어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삶을 해석하는 능력은 바로 이 순간에 드러나는 법이다. 누군가에겐 오로지 고통과 좌절과 분노로 점철된 삶이 어떤 이에겐 또 다른 배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고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을 알게 되고 좌절을 통해 다시 일어설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분노를 통해 누군가는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에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도저히 나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감사하는 일이다. 지금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가족과 동료와 이웃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습관을 들이다보면 어느새 우리의 뇌에서는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감사라는 이름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당신의 삶은 감사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