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기 자리가 바로 누리의 주인공인데, 이 자리는 여러분이 다 갖고 있습니다.

슬기는 무엇인가?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는 그 자리가 슬기다. 물론 슬기는 빛깔도 소리도 냄새로 없기 때문에 걷어잡지는 못하지만, 내 말을 들어서 인식하는 그 놈이 슬기란 말입니다.

부처님 슬기도 이걸 벗어나지 못해요. 슬기를 쓰는 데는 부처님과 우리가 천양지차지만, 그 바탕은 똑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부모 배 속에서 떨어진 다름부터 나중에 불구덩이나 흙구덩이에 들어갈 때까지 슬기가 의젓하게 있어요.

바로 이 자리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자리예요. 이 자리가 누리의 주인공입니다. 슬기는 찾을 수 없지만 인정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슬기를 잘 쓰고 못 쓰고는 별문제지만, 무명의 앞 소식인 본래의 슬기가 누리의 주인공이라고 나는 단언합니다. 그래서 ‘당장의 마음이라 하늘땅의 임자인 걸’이라고 지은 겁니다.

이 ‘당장의 마음’은 억년 전에도 이 마음입니다. 물론 억년 전의 몸뚱이는 지금과는 달라요. 다시 말해서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은 억년 전이든 억년 후든 같습니다.

그래서 이 ‘당장의 마음’이 하늘땅의 임자가 되는 것이며, 지금 갖고 있는 그 몸 그대로 하늘땅의 임자가 되는 겁니다. 이 마음은 여러분의 마음이면서 여러분의 마음이 아닌 일체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은 하나입니다.

마치 파도는 다양하지만 바닷물은 하나인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도 이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우리도 이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축생도 이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욕계·색계·무색계도 이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고, 천당과 지옥도 이 마음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절대의 존재가 안 되려야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완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도 이 마음을 가져야 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당장의 마음’이 누리의 주인공이라 생각해서 항상 몸가짐을 삼가야 합니다.

- 백봉 김기추 거사 법어집 중에서 -